갓 나온 현대미술 같은, 40년 전 추상화와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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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파랗고, 노랗다가 사뿐 붉어진다.
오영재 작가의 유족은 대부분의 작품을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했는데, 미술관이 리모델링으로 오랫동안 문을 닫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전시가 부산 1세대 추상 작가의 작품을 모아 볼 수 있는 흔치않는 기회인 셈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말년에 완성한 추상화 화풍을 녹여낸 파라다이스 연작이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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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년 연작 ‘파라다이스’ 등 전시
- 60년대 초기구상화 작품도 소개
푸르고, 파랗고, 노랗다가 사뿐 붉어진다. 캔버스에 올라앉은 색은 물결 치는 듯, 바람이 스치는 듯 일렁인다. 색은 제각각 이지만 한데 모여 묘한 균형을 이룬다.
1999년 작고한 오영재 작가는 부산 근대미술 1세대를 대표하는 이 중 한 명이다. 특히 부산의 첫 추상 작가로 꼽힌다. 1923년 전남 화순 출생이지만 울산을 거쳐 1950년대 중반 부산 영도에 정착했고, 말년엔 양산 법기리에 터를 잡고 작업을 펼쳤다.
마지막까지 새로운 화풍을 구상했던 오영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는 27일까지 부산 수영구 미광화랑에서는 오영재 회고전 ‘파라다이스’가 열린다.
이번 전시가 더욱 눈이 가는 것은 개인 화랑에서 열리지만 ‘판매’ 보다 ‘전시’에 가까워서다. 유족이나 화랑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아닌, 여러 명의 개인 컬렉터들이 갖고 있던 소장품을 다시 공개된 장소로 소환했기 때문이다. 오영재 작가의 유족은 대부분의 작품을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했는데, 미술관이 리모델링으로 오랫동안 문을 닫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전시가 부산 1세대 추상 작가의 작품을 모아 볼 수 있는 흔치않는 기회인 셈이다.
오영재 작가의 작업은 크게 사실화, 구상화, 추상화 시기로 나뉜다. 1940년대부터 사실주의 계열의 그림을 그려오던 그는 1960·70년대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구상화 작업에 몰두한다. 1980년대 들어 색채와 패턴의 반복이 중심이 되는 추상표현주의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는 그가 말년에 완성한 추상화 화풍을 녹여낸 파라다이스 연작이 중심이다. 그의 추상 작품은 길게는 40년, 말년에 제작되었다 하더라도 30년도 더 전에 완성된 작품이지만 놀랍게도 마치 최근에 나온 것처럼 현대적 감각이 출렁인다. “그림의 가치성은 세월이 흘러도 싫증을 주지 않는 영구적 새로움의 감동성에 있다고 믿는다”는 생전 그의 설명처럼 그의 작품 속에선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해진다.
파스텔 톤의 색은 분리되지 않고 서로 얽혀 들며 하나의 화폭을 완성하는데, 때로는 출렁이는 바다가 되었다가 때로는 바람에 따라 눕는 나무가 되기도 한다. 부산 영도에 거주할 시기 그의 작품 대상은 주로 바다였다. 이 같은 삶의 배경은 작품에 스며들어 당시 제작된 작품은 푸른 계열이 많고 직선적이다. 하지만 1984년 법기 수원지 인근으로 터전을 옮긴 이후 그의 작품은 사뭇 다르다. 색감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색과 색의 경계는 곡선으로 변한다.
전시에서는 중기 구상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오영재 작가는 조형적 실험 끝에 구상의 도구로 직육면체를 선택했다. 당시 작품을 보면 언뜻 여러 개의 네모를 이어 붙인 듯 보이지만 각각의 네모들이 조화를 이루며 금세 산이 되고 바다가 된다. 1960년대 초기 구상화 작품도 전시돼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달라지는 그의 작품 세계를 찬찬히 들여다 보는 즐거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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