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09> 백행지원 일가지비(百行之源 一家之肥)

이근영 부산박물관 전시운영팀 학예연구사 2024. 7.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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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의 효행이 탁월함은 세상에 듣기 드문 바이다. 지역 안에 이 같은 사람이 있으므로 읍민들로 하여금 반드시 효행을 보고 감동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으니 매우 다행한 일이다. 내 손으로 쓴 여덟 자에는 깊은 뜻이 있다. 뒷날 마땅히 한번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효에 대한 생각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박기수가 효자 천술운에게 써준 글씨, '百行之源 一家之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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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질서의 근원은 孝에서 출발… 동래부사가 효자에게 써준 글씨

‘삼대의 효행이 탁월함은 세상에 듣기 드문 바이다. 지역 안에 이 같은 사람이 있으므로 읍민들로 하여금 반드시 효행을 보고 감동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으니 매우 다행한 일이다. 내 손으로 쓴 여덟 자에는 깊은 뜻이 있다. 뒷날 마땅히 한번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동래부사 박기수는 이 글과 함께 쌀 등을 효자 천술운에게 보냈다. 부산박물관 제공


1817년 12월 동래부사 박기수가 ‘백행지원 일가지비(百行之源 一家之肥)’라고 쓴 글씨와 함께 쌀과 고기, 책력을 동래군 석대리에 살던 천술운이라는 사람에게 선물로 보냈다. 이에 감복한 천술운에게 박기수가 다시 남긴 말이다.

박기수에게 하사품을 받은 천술운은 동래군 석대리(현재 해운대구 석대동)에 살던 인물로 동래의 이름난 효자였다. 그는 예를 다하여 부친상을 치르고 여묘살이를 하는 중에 호랑이가 나타나 자신을 위협하자 큰 소리로 꾸짖어 호랑이가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여묘살이하는 주변에는 물이 전혀 나지 않은 메마른 곳이었는데 갑자기 샘물이 솟아났다가 여묘살이를 끝내자 다시 샘물이 말랐으니, 사람들이 이를 ‘효자천’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효자는 천술운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천술운의 할아버지 천성태는 이미 이름난 효자로 알려져 있었고, 아버지 천세모 또한 천성태의 뒤를 이은 효자였으니 천술운은 삼대째 이어지는 효자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천술운의 아들 천일갑과 손자인 천공덕, 그리고 손녀 며느리인 김해 김씨 또한 효자, 효부로 유명했다.

5대에 걸쳐 이어진 영양 천씨 가문의 효행은 동래읍민 모두가 알고 있을 정도였다. 당시 동래부의 사림, 유생들뿐 아니라 도내 사림들까지 함께 모여 이 가문의 효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표창을 건의하는 문서를 작성해서 상부에 올렸다. 동래부사, 어사, 감찰사 등에게 보낸 상서를 포함해 효행과 관련해 남아 있는 고문서는 약 120건이며 여기에 참여한 사람은 200명이 훌쩍 넘었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나 효 사상은 존재했지만 특히 조선에서는 효를 모든 도덕 규범의 기초로 보았다. 퇴계 이황은 “어버이를 섬기는 정성에 인하여 그로써 하늘을 받는 도리를 밝힌다”라는 주희의 말을 인용해 인간 사회의 모든 질서의 근원은 효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 조정에서는 백성들에게 도덕적 규범을 교육시키기 위해 ‘삼강행실도’ ‘이륜행실도’ ‘오륜행실도’ 등을 편찬했는데 무엇보다도 효자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이러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효에 대한 생각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박기수가 효자 천술운에게 써준 글씨, ‘百行之源 一家之肥’이다. 곧 효는 모든 행동의 근원이며, 한 집안의 비옥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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