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자’ 100만 육박…수출 호황에도 내수는 ‘침체’
고물가·고금리, 소비 회복 ‘발목’…‘양극화 해소’ 재정 지출 시급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고용원 없는 영세 사업자 중심으로 자영업자가 2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를 필두로 수출 대기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로 장기 침체된 내수 경기와의 온도차는 크다.
15일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6000명으로, 2006년 관련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많다. 폐업 사유별로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2000명으로 최다였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9000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도 문을 닫는 자영업자는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5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만5000명 줄었다. 이는 2015년 10월(14만4000명) 이후 8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나 홀로 사장님’이 폐업한 경우가 늘어난 셈이다.
자영업자 폐업은 최근 부진한 내수 상황과 이어진다. 5월 생산(-0.7%), 소비(-0.2%), 설비투자(-4.1%), 건설기성(-4.6%) 등 주요 지표는 모두 뒷걸음쳤다. 6월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과 자동차 수입도 각각 16.5%, 39.6% 줄었다.
반면 수출은 호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하루 평균 수출 증가율은 12.4%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6월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모두 지난해보다 50% 넘게 뛴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수출과 내수 간 격차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수출 경기 호조가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보기술(IT) 산업에 집중됐고, 금융위기 이후 수출의 내수 파급 효과가 상당히 축소됐다”며 “내수 지표 부진은 하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도 내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임금과 고용 증가세 둔화로 소득 여건 개선이 제한되는 데다 고금리 부담으로 소비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자영업자의 피해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해 1~5월 폐업으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657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3% 증가했다. 노란우산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해 운영하는 ‘퇴직금’ 성격의 공적 공제 제도다.
정부는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서민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이자지원이나 융자지원 대상 확대 등 금융대책이 대부분이어서 효과는 미지수다.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경우 등으로 제한했지만, 개정안은 ‘양극화 해소와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이 시급한 경우’를 추가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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