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고공행진’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올들어 금값이 2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늘면서 거래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거래소가 15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국내외 장내 금현물 시장 동향을 보면 올 상반기 KRX금시장의 거래량은 8962㎏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거래대금은 8793억원으로 같은 기간 40% 급증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지난해 총량 대비 65%, 78% 수준으로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이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거래 규모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은 국내 유일 장내 금현물 매매시장이다. 한국금거래소 등 민간사업자와 금을 추종하는 현·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합치면 실제 거래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금 거래 규모가 급증한 것은 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10만3410원으로 지난해 말(8만6340원)보다 20% 상승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4월16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11만700원)보단 내렸지만 여전히 금값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통상 금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정치·경제 등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수요가 많아진다. 올해엔 중동지역 위기가 고조되면서 상반기 금값을 끌어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것도 금 가격에 영향을 줬다. 금리가 낮아지면 유동성이 풀리며 화폐가치가 떨어지지만, 금은 가치를 보존할 수 있어 통상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금을 사들이려는 투자금이 금 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대거 매입하며 금값 고공행진을 견인했다. 올 1분기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290t으로 2000년 이후 집계된 1분기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 수요의 약 23%에 달한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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