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숨진 '오송 참사' 1주기…살아남은 자들의 목소리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오늘(15일)로 꼭 1년이 됐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추모식이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 모인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정영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밀려드는 물 때문에 747번 버스는 나아가지 못합니다.
물살은 더 강해지고 옆 차선 차량들은 밀려 뒤엉킵니다.
이 버스, 57살 이수영 씨가 몰고 있었습니다.
[박진아/747번 버스 기사 아내 : 3시면 회사에 가요. 5시 반에 첫차가 운행하는데도… 일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이 있어요.]
차량으로 탈출하는 게 불가능해진 순간, 이 씨는 승객들에게 소리쳤습니다.
"유리창을 깰 테니 대피하라"고 했습니다.
버스 모는 걸 천직으로 생각했던 이 씨, 이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박진아/747번 버스 기사 아내 : 어느 날 아침에 없어져 버리니까 물 먹을 때도 아빠 생각, 설거지할 때도 반찬 할 때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아무도 진입을 막지 않았던 이 지하차도, 각자도생이 벌어졌습니다.
[참사 생존자 : 얼마나 버텼는지 모르겠어요. 2분? 1~2분 버텼을 것 같아요. 근데 굉장히 길었어요.]
차량 위로 올라간 다른 남성, 물에 빠진 이웃을 구해보려 손을 뻗습니다.
옆 사람을 구한 뒤 헤엄치던 남성은 물살에 휩쓸립니다.
[한근수/참사 생존자 : 손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하지 못했다라는 도와주지 못했다라는…]
천장 구조물을 잡고 빠져나왔을 때 뒤에 있던 형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장면은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참사 생존자 : 탈출되어진 거고 구출된 거지 저희들은 구조라는 단어는 절대 안 씁니다.]
기억은 오래가고 불쑥 튀어나옵니다.
[참사 생존자 : 아이들하고 오리배를 타러 갔는데 오리배가 컨트롤되지 않을 때가 있었어요. 갑자기 제가 얼어버려서…]
오늘 지하차도 앞에선 1주기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더 이상 재난을 각자 극복해야 하는 나라가 아니기를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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