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기대도 맞닿지 않는 살… 외로운 존재들의 초상 [박미란의 속닥이는 그림들]
‘연결과 동시에 분리된 경계’ 작품
군용 사물에 신체 빗댄 방식 회화
따뜻한 인간 골격, 찬 쇠기둥에 투영
‘공간구조’ 유기적 자연의 원리 응시
◆연결과 동시에 분리된 경계
3년 전 그와 나눈 짧은 대화록 중 일부다. 이재석은 군용 사물들에 자신의 신체를 빗대어 보는 방식으로 회화의 소재를 구축해 왔다. 입대 후 겪은 부상의 경험이 그로 하여금 신체의 구조를 기계에, 또는 크고 작은 사회적 유기체에 투영하도록 이끌었다.
“완성된 텐트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천이 마치 사람의 피부 같았다”는 말이나 “얇은 막으로 내면을 숨긴 채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텐트의 형상이 유기체의 몸처럼 느껴졌다”는 고백에 비추어, 앞서 언급한 회화작품 ‘연결과 동시에 분리된 경계’의 화면 속 완성되지 못한 텐트의 앙상한 골격은 불완전한 개인의 표상일 터다. 무너질 듯 가까이 기대도 끝내 서로의 살이 맞닿지 않는, 필연적으로 외로운 존재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끈끈하게 얽힌 듯 보이나 결국 각자의 영역에 발을 디딘 채 저마다의 그림자를 상상하는 여섯 개의 쇠기둥들.
화면 상단 좌우에 뜬 해와 달의 형태가 대칭을 이룬다. 수풀 속에서 엿본 두 시간의 지평은 이어진 동시에 나누어진 채로, 땅 위에 버티고 선 현재의 몸들을 얼마간 고립시킨다. 기하학적 형태의 부품으로 은유된 몸은 다시금 보다 보편적이고 관념적인 도상으로 재해석되며 의미를 확장한다. 차갑고 예리한 뼈대를 드러낸 텐트는 피부 아래 불안과 고독의 정서를 암시하는 한편 역설적으로 자연을 품은 산등성이의 모습이나 밤하늘에 그어 둔 별자리의 형태를 떠올리게도 하는 것이다. 쇠기둥의 꼭짓점이 별처럼 빛난다.
◆현실의 중력 바깥에서 여울지는 천
극도로 정제된 형태와 색채의 도상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반드시 제 윤곽 내에 머무른다. 이 섬세한 요소들은 주변부에 최소한의 그늘만을 드리우며 오직 자신의 양감을 호소하는데, 저마다의 생김새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도리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현실세계의 대상들과 무척 닮은 한편 익숙한 물리적 법칙에 조금씩 어긋난 방식으로서 평면 위에 배열된 탓이다. 오래된 삽화처럼, 구체적인 우화처럼, 신비로운 증언처럼 말이다.
이재석은 1989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목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갤러리 바톤(2023), 챕터투(2023), 디스위켄드룸(2022), SeMA 창고(2021),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2021), 아트 스페이스 128(2020), 갤러리 밈(2020),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 M2(2018)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그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2024), 울산시립미술관(2023), 일민미술관(2023), 광주시립미술관(2022), 스페이스K(2020), 대전시립미술관(2019) 등 주요 미술관이 개최한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레지던시에 입주하여 작업했다. 올해 쉐마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전시립미술관 등의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박미란 큐레이터, 미술이론 및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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