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지자체장 ‘외유성 국외출장’, 막을 방법은?

이정은 2024. 7. 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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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앵커]

이 문제를 취재한 이정은 기자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시의원들이 시장의 국외출장을 막기 위해 출국금지 신청을 했을 정도라면 그동안 누적된 갈등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선무효형이라는 파기환송심 재판 결과도 있었고 시의회 반발도 큰데 이를 무릎 쓰고서라도 12번째 출장을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

저도 그 점이 궁금했는데요.

내일 모레 시작하는 박 시장의 12번째 국외 출장지는 이탈리아 베니스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마르세유 등입니다.

유럽에서도 여름철 대표적인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들인데요.

이번 국외출장 목적에 대해 아산시는 특별한 행사나 미팅이 있는 건 아니고 문화예술 분야 교류의 물꼬를 트러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아산시는 내년에 국제 100인 100색 비엔날레를 열 계획이라며 세계 3대 비엔날레 개최지인 베니스를 방문해 준비 절차나 운영 방식을 전수 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100인 100색 비엔날레는 지난 5월 추경 심사에서 시의회가 관련 예산 6억 원을 전액 삭감해 현재로서는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박 시장은 파기환송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잖아요.

개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비엔날레 사전 준비를 위한 이번 출장에만 4천5백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앵커]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떠나는 출장이 이 정도라면, 앞서 다녀온 출장들은 어땠는지도 궁금하네요.

11번이라는 횟수도 횟수지만, 그 내용 들은 어땠나요.

[기자]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출장 결과보고서는 시청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희도 이 보고서를 통해 지난 11건의 국외출장 내용을 살펴봤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비엔날레 행사 준비 출장,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취임 두 달 차에 급박하게 진행한 독일 출장을 포함해 절반에 달하는 6건의 출장이 이 비엔날레와 정원, 온천 등 아산시가 추진하는 문화행사 관련 벤치마킹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국외출장을 이유로 재판 일정까지 미뤄 '방탄 출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지난 5월 열흘짜리 출장도 온천 탐방과 평생학습 프로그램 연수가 목적이었습니다.

출장 때마다 대여섯 명의 공무원이 동행하면서 지금까지 출장비만 2억 원 가까이 지출됐습니다.

국외 출장 보고서는 주로 방문 국가에 대한 설명이나 관련 기관 미팅 사진이 첨부되는 수준이라 어떤 성과를 냈는지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사실, 출장의 성과는 형식적인 출장보고서가 아니라 지역민들의 체감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출장 관련 사업 예산이 삭감되고 출국금지 신청까지 접수된 이 상황은 박 시장과 아산시가 숙고하고 해명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동안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연수에 대해 많이 지적했는데 지자체장도 못지 않네요.

이런 외유성 출장,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지방의회는 형식적이라고 해도 외부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국외출장 심사위원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장의 출장은 사전, 사후 검토 모두 더 느슨한 편입니다.

공무원의 국외출장은 대부분 심사위원이 공무원으로 꾸려지다보니 지자체장 일정에 대한 심사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고요.

시의회가 있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관련 예산을 삭감해도 지자체장이 출장을 강행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자체장의 국외 출장을 제도로 엄격하게 제재하지 않은 건 시민의 투표로 선출된 지자체장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밑바탕 돼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무게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해보입니다.

이정은 기자 (mulan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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