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82> 영화 ‘이소룡-들 (ENTER THE CLONES OF BRU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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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내가 아닌 훨씬 더 멋지고 근사하고 강한 누군가가 되기를 갈망한 적이 있을 것이다.
비록 아류를 자처하며 수많은 조롱과 냉소를 견뎌야 했겠지만 어쩌면 그 수많은 이소룡들의 노력들로 인해 이소룡은 지금껏 퇴색되지 않은 아이콘으로 빛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여름, 오랜만에 '정무문', '용쟁호투'를 다시 꺼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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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내가 아닌 훨씬 더 멋지고 근사하고 강한 누군가가 되기를 갈망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남자들의 대표적인 롤 모델로 빛나고 있는, 영원한 무비스타이자 ‘절권도’의 창시자인 무술가 이소룡이 있다. 한 순간의 망설임이나 두려움 없이 사방을 둘러싼 무수한 적들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빠른 주먹과 발차기로 순식간에 시원하게 때려눕히고는 또 다른 가여운 악당들을 찾아서 그저 앞으로만 전진하는 남자. 누군들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순간을 꿈꾸지 않았을까. 그런 이유로 어린 시절의 나도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산 쌍절봉을 책가방에 넣고 다니다 내 맘도 모르는 야속한 선생님에게 빼앗겼었다. 단 4편의 영화를 남기고 32살 짧은 생을 마치고 이소룡은 서둘러 세상을 떠나버렸지만, 세상은 간절히 이소룡을 원하고 있었고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수많은 이소룡들이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데이빗 그레고리 감독의 영화 ‘이소룡-들’은 이소룡 사후에 등장한 유사 이소룡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영화다. 역시 유명한 이소룡 키드 중 한 명인 코미디언 이경규가 국내수입을 했다고 한다. 홍콩, 대만, 미얀마 출신의 이소룡들이 등장했고 그 중에는 한국 출신 배우 드래곤 리(문경석)도 있었으며 급기야는 흑인 이소룡까지 등장했다. 이소룡 없는 이소룡 영화들은 수백편이 넘게 쏟아졌고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007처럼 첩보활동을 펼치는 가하면, 여러 이소룡들이 동시 출연하여 협력해서 악당을 물리치기도 했고 심지어 흡혈귀, 좀비와 싸우기도 했다. 과연 이소룡이 하늘에서 이런 진풍경들을 봤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꽤나 흡족했을지도 모른다. 그 만큼 세상이 이소룡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그리워한다는 증거일 테니까. 비록 아류를 자처하며 수많은 조롱과 냉소를 견뎌야 했겠지만 어쩌면 그 수많은 이소룡들의 노력들로 인해 이소룡은 지금껏 퇴색되지 않은 아이콘으로 빛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여름, 오랜만에 ‘정무문’, ‘용쟁호투’를 다시 꺼내 보고 싶어졌다. 내 마음 한 구석에도 합의금 걱정하지 않고 악당들에게 호쾌하게 발차기와 정권지르기를 날리는 이소룡이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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