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에 장애영유아는?…"인력·재원 태부족"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로 합쳐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유보통합' 실행계획이 최근 발표됐는데요.
구체적인 인력과 재원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장애 영유아들을 위한 지원 문제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의 정원화 정책실장과 자세히 짚어봅니다.
어서오세요.
유보통합 실행계획이 지난달에 발표가 됐는데, 특수교육 관련 내용 어떻게 보셨습니까?
정원화 정책실장 /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별점으로 따지면 5점 만점에 1.5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수교육대상, 장애영유아를 일단 언급은 했다, 여기서 별 한 개를 크게 드리고요.
그간 유보통합의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였던 교사 자격 기준, 여기에서 유아특수교사의 경우 최종적으로 '특별양성체계'라는 말이 빠졌습니다.
여기서 별 하나를 드리고 싶었는데, 하나를 다 드릴 수가 없는 게 그 아래에 단서조항이 하나 붙었어요.
'일-학습 병행'. 그런데 특수교사는 일반적인 4년제 대학교육과정이 아니고선 자격 취득 자체가 불가능하거든요.
그게 어떻게 일과 병행이 가능한지 저희는 크게 의문이고, 결국 우회적으로 특별양성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현장에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전한 별 하나를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별이 세 개가 비는데요, 각각 '기관 확충', '예산 확보', '인력 확보'입니다.
기관 확충에 대해서는 형평성과 방향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실행계획에서 장애 어린이집을 80개소, 유치원 특수학급을 80학급으로 각각 80개씩 기관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근본적으로 어린이집은 하나의 독립 기관, 특수학급은 기관 안에 있는 하나의 교실인데 이 두 가지를 동등하게 80이라는 숫자를 붙일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어린이집을 이 시점에서 추가 설립하면 통합기관을 추진한다는 유보통합의 목표와 명백히 상반되기도 합니다.
예산 확보 측면에서는, 유보통합 자체가 지금 예산의 문제를 가장 크게 안고 가고 있는데요, 그 안에서도 과연 특수교육을 위한 재원이 제대로 확보되고 있을지 우려가 큽니다.
특히 특수교육 관련서비스라는 분야가 있는데, 지원인력이나 치료지원비, 통학지원비 등 내용이 다채롭고 예산 소요도 큰 편이거든요.
이런 것들이 구체적으로 추산되고 있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인력 측면에서는, 당연히 교사는 기본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거고요, 장애, 특수교육 관련 행정 업무를 담당할 교육전문직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인원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사항들 때문에 별을 각각 하나씩 뺐습니다.
서현아 앵커
인력, 예산, 기관, 각 부분에서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는 건데 그렇다면 지금 장애 영유아들의 교육 실태 어떤 상황으로 보십니까?
정원화 정책실장 /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2023 보육통계에 의하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장애전담, 또는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재원하는 장애영유아의 수가 총 12,675명에 달합니다.
반면에 2023 특수교육 통계를 보면 유치원이나 특수학교 등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특수교육대상영유아의 수는 9,188명밖에 안 되고요.
영유아기 특수교육대상자는 가장 먼저 특수교육적 개입이 이뤄져야 하는 생애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는데, 전체의 절반 이상이 특수교육을 받지 못 한 채로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는 거예요.
이건 결국 특수교사, 특수교육기관이 정말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바로 며칠 전 기사화된 바도 있는데 강원도의 한 유치원 특수학급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유아 9명에 교사가 1명인 사례까지 보도가 되었습니다.
특수교육법에 의해 학급당 법정 인원이 4명인 유치원에서 있을 수 없는 형태죠, 특수교사노조가 23년에 조사한 자료에서도 유치원 법정 인원보다 3명, 4명 초과하는 사례들이 수십 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렇게 과원이 되는 이유는 결국 우리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교육기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문제가 심각해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 유보통합이 이뤄진 뒤에 장애영유아들에 대한 지원 방안은 지금 제대로 논의가 되고 있을까요?
정원화 정책실장 /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지난 27일에 시행된 교육부 직제개편은 기존 유보통합추진단을 해체하고 영유아정책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유아정책국의 수백 가지 소관 사무에 장애영유아, 특수교육 관련 내용이 아예 없습니다.
장애는 다문화와 함께 딱 한 줄, 그것도 영유아'재정과' 안에, '취약보육서비스 지원' 항목에 글자로만 들어가 있었고, 이건 기존 보건복지부에서 그대로 가져 온 내용이거든요.
결국 장애영유아에 대한 교육은 전혀, 아예 고려되지 않은 채로 유보통합을 총괄하는 국이 꾸려진 것입니다.
교육부 직제가 이러하니 시도교육청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각 시도교육청에 이제 유보통합추진팀들이 꾸려지고 있는데요, 팀들마다 특수교육 관련 담당 인력이나 업무분장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일부 시도에서는 급기야 기존의 특수교사에게 유보통합 관련 업무를 일방적으로 떠넘긴다는 제보까지 들려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영유아들이 유보통합에서 이렇게 소외되고 있어요, 교사로서 너무 속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장애영유아들이 제대로 된 교육 받으려면 앞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정원화 정책실장 /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유보통합은 1만여 명의 장애영유아가 특수교육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거대한 과정입니다.
그동안 보육기관에 있던 장애영유아들은, 특수교육대상자에게 가장 중요한 개별화교육계획, 그리고 영유아기의 장애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개별화가족지원계획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 하고 있었어요.
여기에 치료지원 등의 특수교육 관련서비스까지, 장애영유아가 공교육의 틀 안으로 들어온다는 데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그냥 들어오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들어와서 교육이 실행될 기반이 갖춰져야지요. 인력, 당연하고요. 기관 확충도 당연하고요.
방과후과정, 이번 실행 계획에서는 보육기관을 고려해 연장과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만, 우리 학생들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유치원방과후 과정에서 장애유아 참여가 배제되는 경우들이 있어요.
적절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통합 참여를 보장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유보통합이 되면 교사 양성이라든지 교육청의 역할 부분에서 어떤 변화가 더 필요할까요?
정원화 정책실장 /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앞서 말했던 인력 충원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데요, 결국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은 유아특수교사의 임용 TO를 늘려 국공립 교육기관 내 정교사를 충원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유아특수교육과를 졸업한 7,500여 명의 졸업자 중에 유아특수교사로 근무하는 교사가 사립 등을 포함해서 2,500여 명밖에 안 되거든요, 그만큼 기관도 없었고, 임용에서 유아특수교사를 뽑지도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장애영유아 보육교사의 직종 전환에 대한 언급이 종종 있습니다만, 맨 처음에 말씀 드렸던 교사 자격 기준의 질 확보 측면이 여기서 다시 나옵니다.
초중등교육법과 교원자격검정령에 의해 관리되는 특수교사의 자격은, 대학 신편입학 외의 어떠한 방식으로도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오래된 교육 격언이 있습니다.
장애유아는 일반 비장애유아와는 다르게 의무교육, 장애영아는 무상교육으로 지정된 그 의의가 존중되어 우리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과 돌봄이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 유보통합을 통해 갖추어지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영유아 때부터 국가 책임교육을 확대하겠다, 이 과정에서 장애 영유아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실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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