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수리비 놓고 곳곳서 갈등…담합·독과점 문제도

이문수 기자 2024. 7. 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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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시 가남읍에서 9만9120㎡(3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김종하씨(67)는 농번기를 앞두고 봉변을 당했다.

기계를 구매한 경기 양평의 한 대리점에 고장 난 트랙터를 맡겼는데, 약속한 수리 기간을 어겼을 뿐 아니라 상식을 뛰어넘는 금액의 견적서를 받았다.

경기 평택에서 농사를 짓는 B씨는 "최근 농기계 수리점에 트랙터를 맡겼는데 교체한 부품마다 일련번호가 하나도 없더라"면서 "이렇게 되면 부품에 붙은 가격이 합리적인지 알 길이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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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비용에 농가 불만
직접 갖다줬는데 탁송비 매겨
표준 공임기준표 ‘있으나 마나’
업체 “인건비 비싸 어쩔 수 없어”
경기 여주시 가남읍에서 농사짓는 김종하씨(67)의 트랙터가 경기 양평의 한 농기계 대리점에 주차돼 있다. 농기계 수리비를 놓고 대리점주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결국 김씨는 농기계를 제때 돌려받지 못했다.

경기 여주시 가남읍에서 9만9120㎡(3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김종하씨(67)는 농번기를 앞두고 봉변을 당했다. 기계를 구매한 경기 양평의 한 대리점에 고장 난 트랙터를 맡겼는데, 약속한 수리 기간을 어겼을 뿐 아니라 상식을 뛰어넘는 금액의 견적서를 받았다. 견적서를 두고 대리점주와 다툼이 불거졌고, 결국 기계를 되찾지 못한 김씨는 모내기철 자신의 트랙터를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사비를 털어 기계를 인근 농협에서 빌려야 했다.

◆농기계 수리업체 폭리냐, 적정한 기술자 대우냐=농기계 수리비를 둘러싸고 농촌 곳곳에서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농가는 “업체가 터무니없는 수리비를 청구한다”고 아우성이고, 업체는 “부품·기술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정 비용을 받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씨는 5월초 전진과 후진에 문제가 생긴 트랙터를 양평에 있는 T사 판매·수리 대리점이 3일이면 고칠 수 있다고 약속해서 맡겼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대리점 쪽에서 고장이 심각하다며 10일 넘게 기계를 붙잡아둔 것이다.

5월 중순이 지나서 날아온 500만원이 넘는 견적서를 보고서 황당함은 더욱 커졌다. 수리에 시간이 얼마나 걸렸고, 인력이 얼마나 투입됐는지 등의 정보는 생략된 채 단가·수량을 단순히 곱해 공임비만 240만원을 청구한 것이다.

김씨는 “바쁜 농번기에 대리점이 입금해주지 않으면 농기계를 돌려주지 않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다른 농기계를 빌렸고 그 비용만 수백만원이 들었다”면서 “농기계를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와 정신적인 고통은 민사소송을 거쳐 보상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기계 수리비를 둘러싼 다툼은 비단 김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주의 또 다른 농민 A씨는 “우리가 직접 농기계를 대리점에 가져다줬는데 견적서를 보니 탁송비가 포함돼 있어 수정을 요구했다”며 “내용을 상세하게 살펴보지 않았다면 덤터기를 쓸 뻔했다”고 했다.

경기 평택에서 농사를 짓는 B씨는 “최근 농기계 수리점에 트랙터를 맡겼는데 교체한 부품마다 일련번호가 하나도 없더라”면서 “이렇게 되면 부품에 붙은 가격이 합리적인지 알 길이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농기계 수리업체도 할 말은 있다. 김씨와 갈등을 빚은 T사 대리점주는 “대형 농기계는 작업 환경이 훨씬 험하고, 고장 범위가 넓은 데다 원인을 찾기 어렵다”면서 “상시 인력난을 겪는 농기계 대리점에서 역량 있는 기술자를 고용하려면 인건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농기계 업체의 영업소. 각종 농기계가 점검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표준 공임 기준도 무용지물, 일부 지역에선 담합까지=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표준 공임 기준’ 부재가 손꼽힌다.

경기지역 대리점을 관리하는 한 농기계업체 영업소장 C씨는 “투입 시간과 인력규모에 따른 표준 공임표를 산정한 후 각 대리점에 하달해 지켜달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따르는 곳이 별로 없다”고 귀띔했다.

농기계종합보험 손해사정 업무를 맡고 있다는 D씨는 “자동차보험은 보통 사전에 수리업체와 보험회사가 계약을 하기 때문에 부품 가격과 공임비가 정해져 있다”면서 “농기계보험은 의무 가입도 아닐뿐더러, 업체와 보험사 간 계약도 돼 있지 않아 비용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업체간 담합과 독과점문제도 끊이질 않는다. 경기지역 주민 E씨는 “대리점과 수리점이 몇곳 있는데 실상 점주가 혈연관계로 연결돼 있다”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담합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D씨는 “특히 산지가 많은 농촌은 농기계 수리점이 한두곳밖에 없다”며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보니 수리비나 부품비가 전국 평균의 3∼4배로 뛰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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