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몰래 ‘전봇대 백여 개’…뒤늦게 “협의할 것”

이형관 2024. 7. 1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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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최근 남해의 한 해안도로에 난데없이 전봇대 백여 개가 세워졌습니다.

내년 완공 예정인 한 대형 리조트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선데요.

주민들은 해안 경관을 해치는 전봇대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설치됐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형관 기자입니다.

[리포트]

남해군의 한 해안도로입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해 외부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이쑤시개를 밖아 놓은 듯 전봇대가 무더기로 설치됐습니다.

한국전력이 설치한 겁니다.

[정영표/남해군 이동면 : "(해안도로) 전망을 좋게 하기 위해서 (남해군이) 돈을 투자해 놓고, 이제 와서 전봇대 2만 2천 볼트를 심는데…."]

공사가 시작된 건 지난달 중순.

내년 완공 예정인 한 대형 리조트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입니다.

문제는 해당 공사가 주민들 모르게 진행됐다는 점.

한전 남해지사 변전소에서 해당 리조트로 이어지는 해안 도로 4.3km 구간에, 전봇대 백4십여 개가 마을 6개를 통과하며 세워지는 동안, 한전은 주민 설명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습니다.

[한국전력 경남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법령에서 주민 설명회 개최를 의무로 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자치단체의 시설 계획을 허가받아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진행했습니다)."]

허가를 내준 남해군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남해군 관계자/음성변조 : "(공사) 허가 조건에 여러 가지 상황을 예측할 수 없으니까, (주민) 민원이 생기면 허가를 받은 업체 측에서 해결한다는 문구들이 있습니다."]

뒤늦게 공사 소식을 알게 된 주민들은 크게 반발합니다.

특히 비용 문제 등으로 전체 공사 구간 30km 가운데, 지중화 구간은 불과 10% 남짓.

주민들은 해안선 경관을 해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며, 원상 복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병래/남해 '고압선 신설' 반대대책위원장 : "갑자기 전신주를 세워서 그것도 어떤 특정 업체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전용 선로를 개설하는 것, 이 부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합니다)."]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한국전력 측은 전봇대 설치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뒤늦게 남해군과 주민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수홍

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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