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배신자 꺼져라"...물리적 충돌로 번진 與 합동연설회

김도형 2024. 7. 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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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저들과 똑같은 막무가내식 막말이 아니라 품격과 논리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후보가 한 후보의 댓글팀 운용 의혹을 겨냥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공세수위를 높였지만 앞서 토론회와 달리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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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합동연설회… 지지자 '난투극' 직전까지
한동훈 "원 후보 지지자들 연설 방해. 의자 던져"
원희룡 "타 후보 책임 주장, 용납 어려운 행태"
원 "댓글팀 '사법리스크'" 나 "1년 뒤 사퇴"
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참석자들 일부가 연설 중인 한동훈 후보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며 거칠게 항의하자 경호원과 당직자들이 제지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배신자! 꺼져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당 대표 후보 지지자와 다른 후보 지지자간 갈등이 급기야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격한 발언들이 쏟아졌으며, 일부 참석자는 단상을 향해 의자를 내던졌다. 한 후보는 "저들과 똑같은 막무가내식 막말이 아니라 품격과 논리로 이기겠다"며 확전을 자제했지만 소용 없었다. 전당대회 이후 당의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 후보는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우리 정치가 뭘 하고 있는지 부끄럽다. 우리 정치가 보일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저는 근거 없는 마타도어에 대한 대응을 스스로 최소화해서 전당대회가 더 이상 혼탁해지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vs 비한동훈' 구도로 격화한 후보간 갈등 확산에 스스로 자제를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충돌은 한 후보의 발언을 무색케했다. 단상에 오른 한 후보를 향해 "배신자! 꺼져라!" 등의 격한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참석자는 "배신자"라는 고함과 함께 의자를 내던지기까지 했다. 한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참석자들이 물리적 충돌까지 가는 등 일촉즉발 상황이 펼쳐졌다. 체육관 내외부로 경찰병력 90여 명이 투입돼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한 후보는 "제게 배신자라고 외치는 건 좋다. 다른 분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지만, 흥분한 당원들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연설 중간중간 "소리 치셔도 괜찮다. 그냥 두셔라" "우리 정치가 보일 모습은 이런 모습은 아니다"라는 한 후보 발언만 공허하게 체육관을 메웠다.

한 후보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원 후보는 '댓글팀' 의혹을 파고들었다. 그는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과 댓글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대범죄행위다.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될 것"이라며 "야당도 당장 한동훈 특검법에 이 내용을 추가해 특검을 하자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 특검에 반대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대표가 돼도 이 중대한 사법리스크로 인해 정상적인 당대표직 수행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폭력 사태를 언급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타 후보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라고 했다. "일부 원 후보 지지들이 연설을 방해하고 의자를 들어 던졌다"는 한 후보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나경원 후보는 한 걸음 떨어져 "(한·원 후보의) 욕심 때문에 전당대회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언급하며 "대선 출마자는 내년 9월에 관둬야 한다. 또 비대위, 또 전당대회,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하다"면서 "얼마나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냐, 겨우 1년 동안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윤상현 후보는 "줄을 세우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있다면 당당하게 거부하라"며 "'꼴찌의 기적'을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미확인' 여론조사 보도에 당내 갈등 '격화'

15일 천안 서북구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정견발표 도중 각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뉴스1

전당대회 못지 않게 당내에서도 한 후보와 비한 후보 지지층들은 격하게 맞닥뜨렸다. 한 후보 캠프 신지호 총괄상황실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대구 경북(TK) 지역 일부 의원들이 한 후보의 당원 간담회를 소홀히 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유튜브를 본 한 후보 강성 지지층은 해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문자폭탄을 날렸다.

신 실장은 또 "(송언석 의원이) 김천에 꼭 들러달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나"라고 했는데, 송 의원은 "당협위원장으로서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신중하게 말해달라"고 말하는 등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당 한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에서나 발생하던 일이 국민의힘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과열 경쟁, 혼탁 선거에 대한 우려는 더더욱 커지고 있다. 서병수 선거관리위원장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여론조사가 보도되면서 경선 과정을 더 혼탁하게 하고 있어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며 "당헌당규를 준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언론에 보도된 한 후보 캠프 측 여론조사 얘기였다. 원 후보 캠프는 라디오 방송에 나와 한 후보의 승리를 점친 김종혁 사무부총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관위는 이날 발생한 폭력 사태에 우려를 공유한 뒤 17일 경기에서 진행될 합동연설회에선 강성 지지층을 앞줄에 배치하지 않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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