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혐의’ 김혜경, 재판서 진술 거부...檢“법정서 말하겠다더니”
지난 대선 경선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배우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해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의 재판에서 검찰의 피고인 신문이 불발됐다.
검찰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김씨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은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신문하겠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검찰에서 ‘법정에서 말하겠다’고 해놓고, 법에서 정해 놓은 신문을 못 하게 한다”고 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재판장 박정호)는 15일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2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당초 이날 김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재판에서 김씨 측은 “(김씨가)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수사받고 있어 신문이 이뤄지면 불이익”이라며 피고인 신문을 거부했지만, 재판부는 검찰 측의 신문 요청을 받아들였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 또는 변호인은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신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자 한다”며 “검찰 신문도 진술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검찰에서 7월 4일에 출석요구를 받았는데, 피의사실을 비춰봐도 이 사건(선거법 위반)을 포함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조사대상으로 돼 있다”면서 “피고인은 법에 따라 전면적으로 진술을 거부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다. 검사가 질문을 계속하는 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또 “정치상황으로 많은 언론이 주시하고 있고 검사도 이를 활용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신문 내용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태도와 표정, 말투도 상당히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다른 의도는 없이 입증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술 거부와 상관없이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은 “일체의 진술을 안 하겠다고 하는데 계속 진술하게 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계획도 있다”고도 했고, 검찰은 “인권위에 제소하겠다고 하면 법상 허용된 피고인 신문을 어떻게 하겠나”라고 했다. 이에 변호인은 “실언이다. 양해해달라”며 “인권적 관점에서 보면 진술거부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혐의를)부인하고 있는 마당에 검찰 조사에서도 ‘법정에서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법정에서 (진술)한다고 했으면 거부하든 진술하든 그런 대답을 들어야 한다”며 “검찰에서 진술도 제대로 안 하고 법정에서도 안 했는데, 질문조차 못하게 한다”고 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 공방이 계속 이어지자, 재판부는 2차례 휴정을 하고 논의를 거친 후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에 대한 효력이 상위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김씨에게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는 게 맞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네”라고 짧게 대답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검찰은 “앞으로 수사기관에서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면 신문조서도 작성할 수 없게 되고 조사할 수가 없게 된다”며 “상당히 우려가 된다”고 하자, 재판부는 “염두에 두고 이미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면서 당내 대선 경선에 출마한 2021년 8월 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의원의 아내 등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 2월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가 자신의 사적 수행비서인 전 경기도 사무관 배모씨에게 지시해 식사비를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이 공소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배씨와의 연관성과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한편, 다음 재판이 열리는 오는 25일에는 검찰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후 변론, 김씨의 최후 진술이 이뤄질 예정이다. 선고는 다음 달 중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재판부는 “8월에 선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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