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구제 하자더니…김용원 어깃장에 ‘채상병 대대장’ 진정 처리 불발

고경태 기자 2024. 7. 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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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사건을 긴급구제로 처리하자고 고집하며
정작 임시상임위원회 열면 본인 의견 안 밝혀
상임위 중도 퇴장 연속 3차례…7차례 의결 0건
지난 6월24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김용원 상임위원이 자리에 앉아있다. 오른쪽은 남규선 상임위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7월 폭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의 직속 상관인 해병대 7포병대 전 대대장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긴급구제 안건이, 애초 안건 상정을 요구했던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 인권보호관의 ‘어깃장’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폭언과 막말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위원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외려 진정인을 모욕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15일 오전 열린 인권위 제18차 임시상임위원회는 이날 단독 상정된 ‘군 지휘관의 부당 처우 및 인권침해 등 긴급구제 신청의 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끝났다. 이 안건을 긴급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임시상임위 소집을 요구해온 김 위원은 막상 자기 뜻대로 임시상임위가 소집됐음에도 “위원장이 위원회를 불법 운영한다. 긴급구제를 논의하는 자리니 직원들을 퇴장시키라”고 주장했고, 송두환 위원장이 직원 퇴장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채 안건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고 하자 “내 의견을 밝히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버티다가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 안건의 신청인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지역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채 아무개 상병의 소속부대 직속상관인 해병 제1사단 7포병대 전 대대장으로, 김용원 위원은 지난 6월20일 제13차 상임위원회에서부터 이를 긴급구제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면서 신청인 신상을 밝혔다. 해당 신청인은 군 간부들의 집단 따돌림에 따른 고통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해당 신청인과 그 대리인은 이 안건을 일반 진정사건으로 접수했고 군인권보호국 조사관의 면담 때에도 “현재 배속된 부대에서 배려를 받으며 지내기 때문에 긴급구제가 아니어도 진정사건 처리를 긴급하고 신속하게 해달라”는 취지만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군 인권 침해 사건을 조사하는 군인권보호국은 긴급구제 안건 처리에 대해 김용원 위원과는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구제 권고에 대해 인권위법 제48조는 “진정을 접수한 후 조사 대상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로 규정하고 있다.

송두환 위원장은 해당 안건이 긴급구제 신청 건으로 적절한지에 관해 논란이 있음에도 “군인권보호관이 이를 고집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임시상임위를 소집했는데, 정작 김 위원은 안건 심의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다. 송 위원장은 같은 이유로 지난 6월24일에도 임시상임위(14차)를 개최했으나, 당시에도 김용원 위원이 똑같은 태도를 취하며 의결이 불발됐다.

김용원 위원은 지난 11일 열린 제17차 상임위에서도 같은 안건의 긴급구제 심의를 요구하면서도 다른 안건의 심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중도 퇴장했다. “다른 안건 심의에는 왜 참여하지 않냐”는 송두환 위원장의 질문엔 “참여하지 않는 것은 상임위원의 권리다. 사무처가 올리는 안건 심의하는 게 상임위원 역할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한 의료환경 개선 권고의 건’ 등 7건이었으나 김 위원의 퇴장으로 의결 정족수가 미달해 상임위는 더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김용원 위원은 6월27일 제15차 상임위에서는 “이충상 위원이 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 선정위원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부적절하다”는 반박을 당하자 서류 더미로 책상을 치며 퇴장했고, 4일 열린 제16차 상임위에서는 모두 발언을 요청했다가 발언 기회가 여의치 않자 중도 퇴장했다. 다른 안건 처리는 거부하면서 계속 본인의 긴급구제 신청 건 상정만을 요구했고, 정작 이 안건이 상정되자 적극적으로 의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셈이다.

인권위 박진 사무총장은 한겨레에 “6월13일 제12차 상임위부터 단 한 번도 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18차 상임위까지 포함하면 총 7차례에 이른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15일 “김용원 위원이 지난해 8월17일 박정훈 대령 피해진정 긴급구제를 위해 소집된 임시상임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비판받은 데 대하여 ‘위원장과 사무처도 긴급구제를 회피하고 있지 않냐’는 억지를 쓰려고 이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지금 김용원 위원은 정상적인 인권위 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임시상임위를 지켜본 또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김 위원은 무작정 트집을 잡으며 회의를 파행시켰다. 오로지 송 위원장만을 공격하기 위해 인권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오후 예정됐던 제13차 전원위원회는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과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의원 등 6명이 불출석해 개회되자마자 성원 미달로 폐회됐다. 이들은 6월24일 열린 제12차 전원위에서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이 전원위원회에서 표결이 부쳐지지 않은 데 항의의 표시로 “송 위원장이 주재하는 전원위 출석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지난 6월27일 이후 상임위도 계속 불참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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