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터리 보릿고개 넘기 총력”…부채만 23조 SK온, 돈 잘 버는 석유회사 응급 봉합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4. 7. 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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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 수출입 맡은 SKTI
순이익 연 5천억 넘게 올려
에너지 탱크터미널 운영 엔텀
시황 영향 없이 안정적 수익
3사 합병 땐 매출 62조 대형사
SK그룹 계열사 슬림화 신호탄
SK그룹이 에너지 계열사간 합병과 더불어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등 SK이노베이션 자회사 3곳의 동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SK온 회생을 위한 응급처방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분할한 SK온은 분할 후 2년 6개월간 줄곧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록한 매출(연결 기준) 1조 6836억원은 직전 분기(2조7231억원) 대비 38.2% 줄었고 3315억원을 기록한 영업손실은 직전 분기(-186억원)에 비해 18배나 커졌다.

부채 부담도 크다. 부채(1분기 기준)는 23조4907억원으로 모회사 SK이노베이션(55조617억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흑자 전환이 늦어지며 재무 부담도 한층 커지고 있다. 매해 5조~7조원 가량을 설비 투자에 쏟아온 SK온은 올해 7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낙점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흔들릴 경우 성장 전략의 한 축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하는 만큼 실효적인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나섰다.

에너지 사업의 구심점이자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이노베이션과 지난해 1조3317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알짜 에너지 계열사 SK E&S를 합병하는 것이 중심 축이다.

SK그룹 수뇌부는 각종 합병 시나리오를 검토한 끝에 사내 독립기업(CIC) 형태로 두 회사를 합병키로 방향을 정했다. 일단 물리적 합병 이후 두 회사의 시너지 여부를 평가하고 SK온을 중심으로 한 추가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SK그룹 안팎에서 이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SK온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SK이노베이션 자회사간 계열사 합병안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안이 성사될 경우 SK온은 그간 발목을 잡아 온 재무구조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에 SK온과 합병을 추진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연결 기준) 매출 48조9630억원과 영업이익 5767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463억원에 달하는 등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잉여금을 확보했고, 지난해 8000억원을 SK이노베이션에 배당해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SK온 입장에선 이러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으로 급한 불을 끄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 출범한 SK엔텀 역시 출범 당시부터 SK그룹에 유동성을 공급할 자금 조달 창구로서의 역할이 부각된 만큼 SK온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SK엔텀은 SK그룹의 울산 사업장에서 원유와 석유·화학제품을 저장하는 탱크터미널 사업을 운영해 시황을 타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평가받는다. SK온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 등 대외환경의 영향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는 안전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 3사가 합병할 경우 매출 규모 62조원에 달하는 대형 계열사로 거듭나게 된다.

계열사만 219개에 달하는 SK그룹 차원에서 SK이노베이션 자회사간 합병은 조직 슬림화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잘게 쪼개진 SK 계열사들이 하나둘씩 합쳐지면서 인력·조직·투자의 중복 요소를 줄여나갈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사업 구조를 살펴보면 일부 사업이 겹치는 만큼 SK온을 중심으로 재정비하는 후속 조치가 벌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SK E&S의 해외 트레이딩 자회사인 ‘프리즘에너지 인터네셔널’의 경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그 역할이 겹친다. 장기적 관점에서 비슷한 성격의 계열사들을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단초를 이번 합병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셈이다.

SK그룹 핵심 관계자는 “에너지 계열사들에 대한 리밸런싱 방안의 핵심은 SK온이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거나 배당여력이 충분한 알짜 계열사들을 SK온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작업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자회사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SK(주)와 SK에코플랜트는 이르면 오는 18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는 SK머리티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러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을 결의할 계획이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주)의 100% 자회사로, 산업용 가스 제조회사다. 지난해 매출 2576억원, 영업이익 65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SK(주)측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 상장 과정에서 재무여력이 튼튼한 회사를 자회사로 두게 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SK에코플랜트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기업공개(IPO)를 약속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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