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령탑 기대감 심어주더니 국내 감독 선임' 정몽규 회장 고발! "업무방해과 배임 해당"
[STN뉴스] 반진혁 기자 =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고발을 당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15일 "정몽규 회장을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협박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고발장을 통해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서면결의를 통해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것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다. 특히, 연봉을 제대로 상의하지 않은 상태로 결정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의 길고 길었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마침표를 찍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체제의 대한민국은 아시안컵에서 초라했다. 주도권을 내줬을 때 우왕좌왕하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약속된 플레이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단 1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어이가 없고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아시안컵을 마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사령탑 찾기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올림픽 대표팀을 지휘하던 황선홍 감독을 임시 수장으로 선임해 태국과의 2연전을 치르면서 급한 불을 껐다.
새로운 감독 찾기 업무를 하달받은 당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기한을 설정했다. 5월 중순까지 사령탑 선임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좋지 않은 여론에 쫓기는 상황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을까? 부랴부랴 기한을 설정한 모습이 역력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정한 5월 중순 선임은 스스로 판 무덤이 됐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러 후보와 접촉하면서 감독 구하기에 박차를 가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황선홍 이후 김도훈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하면서 대행의 대행 체제를 거치는 촌극을 보여줬다.
대한축구협회는 유럽 선진 축구를 이식한다며 외국인 사령탑 선임에 주력했지만, 돌고 돌아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새로운 사령탑을 임명하기 위한 지난 5개월의 수고가 수포가 되는 순간이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도 의문이라는 분위기를 감출 수 없다는 기류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전력강화위원이었던 박주호가 최근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한축구협회를 지적했다.
박주호는 "사실 저는 진작에 (전력강화위원회가) 없어져야 했다고 생각했다. 정보도 계속 흘러 나갔다. 위원회 안에 있는 나도 몰랐다. 저는 소모임까지 해서 한 20번 정도 (회의를) 한 것 같다"면서 "외국인 감독도 20명 넘게 봤다. 비디오로 훈련 과정, 미팅도 했다. 팬분들이 자세히 보고 있어 얼렁뚱땅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않았다.
박주호는 촬영 도중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내정 소식을 전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력강화위원임에도 전달받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분노했다. 박주호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의 이러한 언행이 위원회 위원으로서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살은 홍명보 감독으로도 향했다. 팬들의 분노 표출이었다.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홍명보 감독의 언급에 안심하고 있었지만, 시즌 도중 팀을 떠난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울산HD 팬들은 광주FC와의 고별전에서 질타가 섞인 현수막을 접할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나를 버렸다. 과거에 대한축구협회 행정직을 하면서 기술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마무리 짓고 나오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의 연령별 연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이루지 못했다"고 대표팀 사령탑 제안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이 솔직히 두려웠다.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나에게 질문했다"며 도전 의식을 불태우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15일 출국을 통해 외국인 코치 면담에 나서는 것으로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첫 업무를 시작한다.
홍명보 감독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어떻게 하면 강한 팀, 좋은 팀으로 만들어 가느냐가 제 머릿속에는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지금 많은 분들의 걱정과 기대 충분히 이해는 하고 있지만 제 인생의 마지막 도전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의 어이없는 입장 발표에 2002 월드컵 레전드가 들고 일어섰다.
이영표는 "K리그 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결정이다. 과연 대표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이 든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 될 수도 있다. 축구인들이 행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성은 "역사상 이렇게 많은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원한 적이 있었나를 생각하면 아쉽다. 선수들도 당황했을 것이다. 지금은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회장이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이천수 역시 "솔직히 백날 얘기하면 뭐 하나. 바뀌지도 않는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동국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법적 대응. 누구보다 노력해 온 사람에게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후배 박주호를 챙겼다.
조원희도 선배들의 지적에 가세했다.
조원희는 본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축구협회의 법적 대응 소식을 접하고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대한민국 축구를 미치게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옳은 결정을 내려주시길 마음 깊이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TN뉴스=반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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