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트럼프 피습, 한국 정부에 위기인가 기회인가
미국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 시각으로 14일 일요일 오전 7시 11분경 유세현장에서 피습을 당했다. 트럼프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인근 건물 지붕에서 쏜 저격범의 총탄이 트럼프의 오른쪽 귀를 스쳤다. 트럼프는 오른쪽 귀를 만지면서 움찔한 뒤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렸고,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연단으로 뛰어들어 트럼프 주위로 인간 방패막을 펼쳤다.
트럼프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다. 미국 CNN 등 주요 매체들은 실시간으로 트럼프 피습 소식을 전달하면서 국내 정치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면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총격 피습이 미국 정치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될까.
우선 이번 트럼프 피격이 미칠 첫 번째 영향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의 급상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통합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할 경우 중도층은 물론 민주당 '샤이(shy) 지지층'까지 대거 흡수해 바이든 대통령과 지지율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후보는 이번 피습을 당하는 순간에도 유세 무대에서 잠깐 자세를 낮춘 이후 바로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강한 지도자(Strong Man)' 이미지를 200%이상 발휘했다. 1981년 존 힝클리에게 일격을 당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상의 반전 면모를 보인 역사적 장면이었다.
반면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의 존재감은 날이 갈수록 가라앉고 있다. A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5~9일 미국의 성인 24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첫 TV 토론 상황에 근거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7%는 "그렇다"고 답했다. 민주당 및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는 62%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층 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54%가 사퇴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 피습 이후 미국 정치권은 트럼프 후보가 오는 11월 황제 대관식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발빠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집권하게 되면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될까. '미국과 중국의 극한 대립 관계'다. 트럼프 후보의 외교 기조는 '친푸틴·반중국'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4월 1∼7일 미국 성인 3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중국을 "비호의적"으로, 전체 응답자 중 43%는 "매우 비호의적"으로 바라봤다.
한국은 트럼프 1기 재임 시절에 '리쇼어링(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과 공장의 미 본토 복귀)' 정책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호응을 보냈다. 삼성, 현대, SK, LG 등 한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에 현지 공장과 법인을 설립하고 많은 현지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그 장소도 거의 대부분 트럼프가 전략적으로 공을 들이는 '경합주'(Swing States)에 있다. 이를 보면 적어도 한국 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그렇게 손해 볼 일이 없다. 방산을 비롯해 중국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트럼프 피습이 한국 정부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면서 주한 미군 주둔비 인상을 요구하는 등 안보 비용이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에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북한과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과 동맹 관계는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안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미 한미일 협력 관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라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2년 이상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트럼프 후보는 특히나 북한의 핵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단호한 지도자다. 피습으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트럼프 정부 2기 탄생은 한국 정부에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기회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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