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 징역 7년 구형···검찰 “이태원 참사에 가장 큰 책임”
검찰이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기관장이 받은 첫 번째 구형이다. 박 구청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방청하던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을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검찰은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 심리로 15일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재판에서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은 각각 금고 2년,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 박희영은 이태원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피고인에게는 지역 내 재난에 대한 콘트롤타워로서 예측하고 예방할 책임이 있음에도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사고를 막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구형 이유를 낭독하던 검사가 “직접 피해를 입은 유가족과 생존자, 국민들의 가슴 속에 이태원 참사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바란다”는 부분에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유가족 사이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박 구청장 측은 최종 변론에서도 “참사 대응에 있어서 권한도 책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 변호인은 “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인파 유입을 막고 인파를 해산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용산구에는 그런 수권 규정도 없으며 의무도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 측은 책임을 다른 기관으로 돌렸다. 박 구청장 변호인은 “긴급구조 활동 등 현장 상황의 책임 기관은 소방청”이라며 “구청으로서는 꼭 무엇을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9 신고도 있고 상인들의 신고 전화도 있던 걸로 알고 있지만 용산구에는 그런 정보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며 “용산구 관내에 여러 개의 재난관리 책임기관이 있고 피고인은 모든 기관을 통괄하는 책임의 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그간 11차례 열린 재판에서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해왔다.
유가족들은 이날 재판에 앞서 법원 앞에서 박 구청장 엄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고 김의진씨 어머니 임현주씨는 “박 구청장은 행정의 중심에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직무를 유기한 무책임한 자다”라며 “한 가닥의 정의가 살아있다면 의로운 재판관이 진실규명 책임을 처벌하고 판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흐느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참사 태스크포스 소속 최종연 변호사는 재판을 참관한 뒤 “유가족들이 가지는 상실감에 비하면 구형량은 매우 적다”며 “적어도 검찰 구형 그대로 유죄 선고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책임자 처벌 여전히 미완성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한 재판은 여러 건이 진행 중이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기동대 등 경찰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고 대규모 인파 운집 가능성을 여러 차례 보고받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아 참사를 키운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김 전 청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도 지난해 5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오는 22일 검찰 구형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재판에서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양상이다.
국회는 지난 5월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통과했으며 최근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9명의 명단을 정부에 제출했다. 특조위 활동기한은 최대 1년3개월이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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