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영업자 폐업 한해 100만, 이 판에 수수료 대폭 올린 배민
음식 배달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배민)이 다음달 9일 배달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로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배달앱에 의존하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결정권을 남용하는 독과점 사업자들의 횡포가 국민 경제를 피폐시키고 있다.
가뜩이나 배달앱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영업 외식업주들은 근근이 버티는 형편이었다. 1만5000원짜리 도시락을 하나 팔면 중개수수료·배달료로 5500~5800원 떼가는데, 재료비·임차료·공과금을 빼면 손에 쥐는 돈은 1000원 남짓이라는 하소연도 들린다. 그러던 차에 배민의 수수료 기습 인상은 자영업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배민은 수수료 인상을 철회하고 중소상인·배달노동자·소비자와 상생하라”고 촉구했다.
배민은 경쟁업체인 쿠팡이츠의 거센 추격을 인상 배경으로 설명하지만, 그럼에도 과도하다. 배민은 올 들어 정률요금제를 도입해 주문이 늘수록 수수료가 올라가는 구도를 구축했다. 다음달 20일부터는 소비자들에게 무료였던 ‘배민클럽’을 월 3990원의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올 들어 외식업주와 소비자 부담을 늘려온 데다가 추가로 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이다. 그 배경에 반독점 위반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된 독일 모기업으로부터 수익성 제고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배달 플랫폼의 횡포는 심각한 내수부진을 악화시키고 자영업자들의 폐업을 가속화할 것이다. 지난해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가 98만6000명으로 통계작성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5월까지 폐업사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이 1년 전보다 18.3%나 증가했다. 자영업이 한계상황이라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극점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런 차에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이 또 어떤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지 두렵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데도 윤석열 정부는 그간 ‘플랫폼과 입점 사업자 간의 자율규제’라는 한가한 태도로 배달앱 갑질을 사실상 방관해 왔다. 뒤늦게 당정이 나서고 있지만 시늉에만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배달수수료가 주문 가격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하는 외국 사례를 참고해 규율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횡포를 막는 것이 진짜 ‘민생 살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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