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유튜브서 뉴스 접하는데 …'피노키오 정치꾼' 방치
검증 않고 미확인 정보 유통
언론중재법 미적용 '사각지대'
피해자 구제책은 직접 소송뿐
유럽선 디지털서비스법 통해
시정의무 어기면 거액 과징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늘리고
정치인은 극단 유튜버 경계를
◆ 정치유튜브 해부 ◆
'먹방' 유튜버 쯔양이 유튜버들에게 협박당한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사이버 레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부정적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일부 유튜버들의 콘텐츠는 자율 규제의 대상일 뿐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 상황은 정치 유튜브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진위 공방은 거의 매일 벌어지는 형편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 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송 의원이 한동훈 캠프의 신지호 총괄상황실장에게 한동훈 후보의 지역 방문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신 실장 전화번호조차 저장돼 있지 않다"고 억울해했지만, 신 실장은 "김형동 의원이 바꿔준 전화로 통화하지 않았느냐"며 반발했다. 경미한 '공방'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 논란도 유튜브 채널에서 불거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더탐사와 김의겸 전 의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치 유튜브는 대부분 1인 또는 소수 인력으로 운영된다. 검증 기능이 취약하고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를 여과없이 유통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 선동을 위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특히 '게이트 키핑'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의도가 없더라도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에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통해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인 조사 대상자 중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된 46개국 가운데 1위였다. 다만 해당 조사에는 일반 언론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포함돼 있다. 또 응답자의 40%는 인터넷(유튜브 등 동영상 채널 포함)에서 접한 뉴스 가운데 정치와 관련해 허위 정보를 접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유튜브 채널도 정치 소식을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기존 언론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유튜버는 아예 '대안 언론'을 내걸고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는 방송 뉴스의 진행 형식을 빌려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기존 언론사가 유튜브에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이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퍼트려 문제가 됐을 때 제재 수단이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인터넷 개인방송은 정보통신 콘텐츠 혹은 부가서비스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은 언론사와 달리 언론중재법이나 선거법 등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개인 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볼 경우 당사자가 대응할 방법은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죄 등으로 콘텐츠 게시자와 플랫폼에 직접 소송을 거는 방법뿐이다. 실질적으로 개인이 플랫폼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방심위는 민간기구로서 콘텐츠 내용상 심의만 하고 있다"며 "심의 결과 불법이라고 판단되면 공문을 보내 해당 콘텐츠를 내리게 하거나 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규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유튜브의 영향력이 매스 미디어만큼 커졌는데도 현행법이 '아날로그식 규제'에 머물러 있는 게 문제"라며 "구독자,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 등 '영향력'을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규제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유튜브 등 플랫폼서비스가 가짜뉴스의 근원지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발효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월간 사용자 수가 4500만명 이상인 플랫폼(VLOP)은 별도로 분류해 엄격한 기준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게시물을 방치한 플랫폼에 대량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에 더 초점을 맞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VLOP가 디지털서비스법 조항을 위반하는 경우 EU 집행위원회는 전 세계 연간 매출의 6%를 최대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DSA는 플랫폼 기업들이 유해한 콘텐츠를 막기 위한 방법을 당국에 제출하도록 한다. 가짜뉴스뿐 아니라 혐오 콘텐츠, 테러 영상, 미성년자 착취 등이 모두 대상이다. 해당 조치가 충분하지 않으면 당국은 빅테크에 알고리즘을 변경하라는 지시를 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위반하면 유럽 내 영업이 전면 금지될 수 있다.
반면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섣부른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수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기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유튜브를 일종의 '길거리'와 같은 곳이라고 여기도록 수용자 의식 수준을 높이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법률 규제에 앞서 정치 유튜브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한 정치인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교수는 "유튜브는 정치 고관여층이 많이 본다. 정치 양극화, 팬덤 정치는 정치인들이 그 목소리를 쉽게 단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정치인들이 스스로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는 유튜버들이나 극단적인 유튜버들에게 거리를 두고 그들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지혜 기자 / 박자경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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