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하면 직무수행 어려워져” 검찰 반발에도···법원이 수사지침 공개 명령한 이유는

이창준 기자 2024. 7. 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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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원이 지난 12일 검찰의 ‘수사 개시 지침’ 등을 담은 대검찰청 예규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은 검찰이 수사 범위를 둘러싼 위법 논란을 자초하지 말라는 취지로 분석된다. 검찰은 검찰청법 개정으로 명예훼손 혐의를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됐는데도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보도 의혹과 관련해 언론사와 기자를 직접 수사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법원은 검찰이 비밀로 한 대검 예규는 절차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고, 검찰 이 예규를 수사 개시 근거로 든 만큼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15일 공개된 서울행정법원의 ‘검사의 수사 개시에 대한 지침(예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해당 예규가 절차 등을 규정한 세부 지침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지침이 공개되면 직무 수행에 지장을 받는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정보(예규)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판단하는 세부 기준 및 관련 처리 절차 등 세부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위 정보의 공개가 수사 활동이나 공소 제기 등 수사기관의 직무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1월 검찰총장을 상대로 예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대검이 ‘직무수행 곤란’ 등을 사유로 거부하자 지난 1월 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수사 지침을 공개하면 사건에 따라 지침 적용이 적절한지를 두고 위법 논쟁이 벌어져 수사가 지연되거나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검찰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쟁을 해소하는 길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의 위법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오히려 피고(검찰총장)가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며 “이를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수사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언론사와 전·현직 기자들을 수사 중이다. 개정 검찰청법에 따르면 명예훼손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혐의가 아니다. 그런데 대검 예규는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경우’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검찰은 이 조항을 근거로 검찰청법상 직접 수사가 가능한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된 언론사의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면서, 배임수재 혐의와 무관한 언론사까지 수사 중이다.

대검은 행정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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