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POINT] 애먼 이용자만 범법자? 전동킥보드 대책의 허상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4. 7. 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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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건수가 매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정부가 최근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 역시 무의미해 보인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심도 전역을 통틀어 공유 킥보드에 안전모를 함께 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용자에게 안전모 구비를 떠넘기는 꼴이다.

한국의 안전 규정이 자의적 해석에 따라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는 조항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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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건수가 매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정부가 최근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볼수록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방침은 현실적 여건을 반영하지 못해 애먼 이용자만 범법자가 될 소지가 있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개인형 이동장치의 최고 운행 속도를 시속 25㎞에서 20㎞로 제한하는 것이다. 2022년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운행 속도를 이같이 하향할 때 정지거리는 26%, 충격량은 36%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정지거리는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다 전방의 돌발 상황을 인지한 지점부터 멈출 때까지 주행한 거리를 의미한다. 또 안전모 미착용과 주행도로 위반 같은 안전수칙 위반 행위도 두 달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최고속도를 시속 20㎞로 제한한 조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은 제한속도를 시속 20㎞로 두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 중 운전면허를 의무화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최고속도를 시속 25㎞로 제한한 국가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면허를 의무화한 나라는 한국과 영국뿐이다.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 역시 무의미해 보인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심도 전역을 통틀어 공유 킥보드에 안전모를 함께 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용자에게 안전모 구비를 떠넘기는 꼴이다. 주행도로 위반은 자전거도로를 비롯한 최소한의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최고속도를 시속 20㎞로 제한한 국가 중 독일과 프랑스는 안전모 착용을 권장하고 있고, 스웨덴(만 15세 미만)과 이탈리아(만 18세 미만)는 연령에 따라 의무화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한국의 안전 규정이 자의적 해석에 따라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는 조항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차라리 최고속도를 시속 15㎞로 과감하게 제안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일부 사용자들은 낮은 속도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자전거의 평균 속도가 시속 15㎞ 내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이상은 과도한 면이 있다.

운전면허증 증명이나 안전모 착용 의무화 부담도 덜 수 있다. 초등학교부터 교통안전 교육을 체계적으로 병행한다면 시너지를 낼 것이다.

개인형 이동장치의 수요는 탄소배출량 감축 같은 이유로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련 산업이 사회에 잘 녹아들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행정 편의주의적인 정책이 아니라 사용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정책을 보고 싶다.

[이진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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