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세론 계속될까...나경원·원희룡 '막판 단일화'로 승부수?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뽑는 7·23 전당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주하고 있는 한동훈 후보를 막기 위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간 막판 단일화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1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대표 후보들은 충남 천안에서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를 열고 충청권 지역 당심 잡기에 나섰다. 오는 17일 경기도 고양에서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를 끝으로 전국 순회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주 중앙당 선관위가 마타도어(흑색선전)을 이어가는 한 후보와 원 후보에 대해 제재를 하면서 막말성 비방전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한 후보에 대한 나머지 후보들의 공세는 이날도 집중됐다.
전날 상향식 공천 도입을 당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한 후보를 직격한 원 후보는 이날도 한 후보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원 후보는 "최근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한 후보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여론조성팀'이 있었고, 심지어 '댓글 팀'까지 있었다는 폭로와 보도가 있었다"며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대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나 후보도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이번에 뽑는 당 대표 임기는 2년인데, 대선 출마자는 내년 9월에 관둬야 한다"며 "겨우 1년 동안,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냐. 대권 욕심에 빠져 대통령을 공격하는 분열의 후보가 되면, 자중지란, 내부 충돌, 보수의 몰락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이름을 얘기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한 후보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근거없는 마타도어에 대한 대응을 스스로 최소화함으로써 전당대회를 더 이상 혼탁해지는 것을 막겠다"며 "국회에서의 싸움, 미래 걸림돌과의 싸움, 경쟁국들과의 부당한 싸움을 모두 이겨내고 당의 화합을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후보 단일화가 이번 전당대회 선거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여전히 한 후보는 지금의 여세를 몰아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매듭짓겠다는 구상이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연대의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단일화할 경우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나 후보와 원 후보는 누구로 단일화를 하게 될 것인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나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위적인 단일화는 아니겠으나 지금까지의 여론 추세 등에 비춰 저를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앞서 나 후보는 "거친 싸움을 하기보다는 사퇴가 낫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했던 나 후보의 자신감은 최근 당심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주(9~1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해 전화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여당 지지층의 나 후보 지지율은 18%, 원 후보 지지율은 15%로 조사됐다. 2주 전 같은 조사에서는 원 후보가 19%, 나 후보가 14%를 기록했다.
반면 원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먼저) 이야기한 적이 없고 언론에서 물어보니 '열려 있다'고 불가피하게 말한 것이 전부"라며 "돕게 되면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고 했다.
두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은 1차 투표보다는 2차 결선 투표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읽힌다. 1차 투표에서 한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한 뒤 2차 결선투표에서 연대를 통해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1차 투표까지 완주해야 1위 표를 나눠가질 수 있다는 계산도 담겼다. 나 후보는 전통 보수층을, 원 후보는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 성향의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정책통이자 수도권 당심을 기반으로 하는 윤 후보까지 가세하면 2차 투표에서도 해볼 만 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한 후보 측은 1차 투표에서 65% 이상의 득표를 받겠다는 목표다. 최근 여론조사면 보면 한 후보의 독주 체제는 더욱 공고해진 상황이다. 지난주 한국갤럽 기준으로 한 후보에 대한 여당 지지층의 당 대표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2%P(포인트) 오른 57%였다.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이 이어졌지만 되려 지지율이 상승한 상황이다. 한 후보 측은 이번 주 경쟁 후보들의 거센 네거티브 공세를 예상하지만, 직접적인 맞대응보다는 정책과 비전으로 독주 체제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한 원로 인사는 "1차 투표에서 확실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전당대회 투표라는 것이 일반 선거와는 다르다는 측면에서 결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이번 전당대회의 경우 결선투표까지 5일이라는 시간이 있는 만큼 그 기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19~20일 이틀간 당원을 대상으로 모바일 투표를 실시하고 21~22일에는 ARS(자동응답) 투표 및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진행된다. 23일 발표되는 투표 결과 과반 1위를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28일 상위 두 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천안(충남)=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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