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도면 탈취 VS 자체 개발"…LS·대한전선, '해저케이블' 두고 공방 격화
LS전선 "모든 법적조치 취할 것"…대한전선 "확인되지 않는 내용으로 과도한 견제"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경찰이 최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한전선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국내 양대 전선업체인 LS전선과 대한전선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11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을 피의자로 전환해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 서류 등을 토대로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기술이 실제 대한전선에 유출됐는지 등에 대해 살펴볼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장 도면을 유출해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로 가운건축과 대한전선 등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가운건축이 과거 LS전선 케이블 공장 건설을 맡았던 시기 해당 업체의 고전압 해저케이블 설비 및 레이아웃에 대한 정보를 얻어 이를 대한전선에 빼돌렸다는 의혹이다.
수사 초기 대한전선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경찰로부터)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진행된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현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피의자인 가운건축 관계자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대한전선을 피의자로 지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앞서 LS전선은 지난 2007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LS전선에 따르면 기술 유출 의혹을 받는 가운건축은 2008∼2023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했으며, 이후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공장 건설을 맡았다.
LS전선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는지 여부"라며 "유출 피해가 의심되는 해저케이블 기술에 대해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금액이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며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게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은 이날 오후 반박 입장문을 통해 LS전선 기술을 탈취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전선은 "수십년간 케이블을 제조하며 쌓아온 기술력으로 공장을 건설했다"며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해 수십 번의 내부 검토 및 연구를 거쳐 최종 레이아웃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했다는 LS전선 주장에 대해서는 "공장 설계 경험이 있는 다수 설계 업체 중 정성 및 정량 평가를 통해 선정했다"며 "가운건축은 공장 건물 공간을 설계하는 업체이며 해저케이블 공장 설비는 전문 업체를 통해 제작 및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LS전선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대한전선의 시장 진입을 방해한다면 해저케이블 및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업체로부터 우리 케이블 시장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대한전선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적극 소명해 혐의가 없음을 밝혀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경쟁업체에 과도한 여론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국내 양대 전선업체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갈등으로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발 훈풍에 호황기를 맞은 전선업계가 자칫 수 조원에 달하는 법정 공방으로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측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해저케이블은 최근 업계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제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본격적인 AI 시대를 맞아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 설치가 늘었고, 급증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대책으로 '해상풍력발전'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송전하기 위해서는 해저케이블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영국 시장조사업체 CRU에 따르면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은 지난해 11조3000억원에서 오는 2029년에는 29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해저케이블 시장은 이탈리아 프리즈미안(30%), 프랑스 넥상스(25%), 덴마크 NKT(15%) 등 소수 글로벌 기업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LS전선은 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LS전선은 최근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약 1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해저케이블 생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전선 역시 올해 초 해저케이블 분야에 9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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