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K팝의 위기···등 돌린 팬심을 잡아라

한순천 기자 2024. 7. 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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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수출 줄며 9년만에 역성장
'과도한 판매 전략' 팬들 피로감
BTS·블핑 완전체 컴백 앞두고
업계선 "재도약 바닥다져" 분석
신시장·신인 그룹 발굴도 강조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 제공=빅히트 뮤직
걸그룹 블랙핑크. 사진 제공=YG엔터테인먼트
[서울경제]

지난해부터 불거져 온 K팝 위기론 속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음반 수출액이 상반기 기준 9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시장 부진과 함께 글로벌 메가히트 지식재산(IP)의 부재가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에는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K팝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의 회복이 지연되면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음반 수출액은 1억 303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 9년 만에 역성장했다. 일본 수출액이 4693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3045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K팝 업계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어 온 중국은 1840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해 전체 수출 비중의 1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대 중국 음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8.7%나 줄었다.

음반 판매량도 감소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상반기 톱400 앨범 판매량은 4760만 장으로 지난해 대비 800만 장 줄었다. 실시간 음악 집계 차트인 한터차트 기준 초동 판매량도 줄어든 경우가 대다수였다. 과도한 앨범 판매 전략과 밀어내기 의혹이 팬덤의 피로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돌 그룹 팬들 사이에서는 “팬미팅을 가기 위해서 20장 이상의 앨범을 사는 경우도 많은데 이제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올 정도다.

엔터테인먼트 빅4(하이브·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의 실적도 회복 중인 다른 섹터 대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빅4의 음반 출하량은 5345만 장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4474만 장으로 줄었다. 4대 기획사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동 기간 대비 30% 수준이나 감소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금이 K팝의 재도약을 위한 바닥 다지기 단계라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에서 “현재 음반 판매량 바닥 다지기는 완료된 것으로 판단하며 연간 음반 출하량은 -20%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와 내년 본격화될 K팝 최대의 IP BTS와 블랙핑크의 활동 전망은 K팝의 미래를 다시 밝게 하는 요인이다. BTS는 내년 완전체로 컴백해 글로벌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블랙핑크도 내년 중 완전체로 컴백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일본 시장 진출 재확대도 K팝 업계에는 좋은 움직임이다. 최근 뉴진스의 도쿄 돔 팬미팅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쟈니스 사태 등으로 악화된 일본 아이돌 시장의 빈 곳을 점유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트와이스는 17일 일본 정규 5집을 발매할 예정이고, 24일에는 라이즈의 일본 싱글이 공개된다. 비춰, 캣츠아이로 대표되는 현지 아이돌도 그 규모를 키운다. SM엔터는 영국 보이그룹을 준비 중으로, 이들의 데뷔 과정은 BBC를 통해 공개된다.

모멘텀을 줄 신인들의 데뷔도 이어진다. SM엔터는 하반기 걸그룹과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를 출격시키고, 하이브도 내년을 목표로 또 다른 보이그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반 판매는 줄었지만 음원 스트리밍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소비 패턴이 달라지면서 수익 창출 루트의 다각화도 이뤄지고 있다. 하이브는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의 유료 구독 모델 도입에도 나설 예정이다.

다만 가장 큰 기대 요인인 중국에서의 앨범 판매 회복과 미국와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의 매출 탄력이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진다면 K팝 위기 국면은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이돌 그룹의 최근 컴백에서는 중국 앨범 공구 감소의 영향이 둔화되고 있다”며 “오히려 신인 기준으로는 앨범 판매가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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