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국민의힘 폭로전…이명박-박근혜 ‘자폭’ 데자뷔?

박나영 기자 2024. 7. 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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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대권경쟁서 다스 차명 보유‧비선실세 의혹 폭로
“이기려고 던졌는데 공멸하는 단초 될 수도”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 이른바 '자폭' 전당대회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를 의식한 듯 합동연설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만 장외에서는 치열한 설전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볼 때 경쟁 과열로 나온 폭로가 향후 새로운 '사법 리스크'로 부각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김건희 여사의 당무 개입 의혹과 댓글팀 운영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양상이다. 김 여사가 한 후보와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드러난 국정 운영 개입 정황에 대한 실체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문자에서 언급된 '댓글팀' 운영 여부도 사실일 경우 국정 농단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김 여사는 지난 1월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에서 "제가 '댓글팀'을 활용해 한 위원장을 비방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적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제기한 한 후보의 '댓글팀' 의혹과 원 후보가 제기한 사천(사적 공천) 의혹도 여권 내 사법 리스크로 부상하는 조짐이다. 지난 총선 때 '한동훈 비대위'의 지역구 공천 취소에 불복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장 전 최고위원은 SNS와 방송활동 등을 통해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가족 등 측근들이 지난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당무 감찰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의원실 보도자료를 통해 "한동훈 후보 여론조작 의심 네이버 계정 24개를 확보하고 이들 계정에서 작성된 약 6만여 개 댓글을 분석했다. 의심 계정들은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2022년 5월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3년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영상의 한 장면 ⓒ서울의 소리 유튜브 화면 캡처

민주당 차원에서도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현재 추진 중인 특별검사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불법 댓글팀 운영 의혹을 특검법 수사 대상에 포함해서라도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 여론을 조작, 오도하는 반헌법적 범죄를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당대회 흐름을 두고 과거 네거티브 정점에 이르렀던 이명박-박근혜 대권 경쟁 이후 벌어진 상황의 '데자뷔'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다스'와 도곡동 땅 등의 차명 소유 의혹을 폭로했고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등 사생활 논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결국 다스 차명 보유 혐의 등으로 2020년 징역 17년을 확정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태민 목사의 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비선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2017년 탄핵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으나 2014년 '정윤회(최순실 전남편) 문건' 사태 당시 일종의 내부고발자 역할을 했던 조응천 전 민주당 의원은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역대 전당대회 때 서로 간에 네거티브를 한 것이 고소·고발, 수사까지 이어져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남은 경우가 적지 않다"며 "다스, 도곡동 땅 그게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나왔고 거기에 맞서 MB 쪽에서는 최태민 목사 얘기를 했었는데 둘 다 아주 비극적으로 됐다"고 했다. 

조 전 의원은 또 "내전 때 서로를 잘 아니까 내밀한 것들을 막 던지는데, 그걸 상대 진영에서 보고 있다가 땅에 떨어진 거 주워서, 혹은 수사기관이 그걸 수사의 단서로 삼아서 다 끝나고 난 다음에 그게 수사가 되면 나는 이기려고 던졌는데 그게 아니라 공멸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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