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한국에 '경제특구 참여' 제안했지만···꽁꽁 묶인 '한·쿠바 경제교류’
한국 기업, 무역대금 결제 문제로 쿠바 진출 유인 낮아
올해 2월 한국과 쿠바 간에 수교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미국의 대(對)쿠바 제재로 양국 간 경제 교류는 진척이 없고 꽁꽁 묶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쿠바 측이 한국에 경제특구 참여를 제안했지만 한국 기업이 쿠바에 진출할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현재 쿠바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0곳이다. 2005년에 쿠바 수도인 아바나에 코트라가 진출해서 무역관을 운영하며 양측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지만 정작 쿠바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수년째 없는 실정이다.
쿠바에 한국 기업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쿠바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 제재로 무역대금을 달러로 받지 못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미·남미에 진출한 기업인들이 해외송금 시 미국은행을 중개은행으로 대부분 활용하는데 미국 금융기관을 통한 결제는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실제 쿠바에서 달러를 통한 대금 지급이 막혀 있다 보니 무역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다만 최근에 미국에서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소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감지됐다. 지난 5월 28일에 미국에서 쿠바 민간기업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인터넷뱅킹 통한 미국 내 비대면 계좌 개설과 자금집행을 허용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계좌 개설과 자금 집행이 민간기업에 한정되어서 여전히 제약이 많다. 쿠바는 공산국가라서 절대 다수의 기업이 국영기업이기 때문이다. 쿠바는 2021년부터 경제난 해소를 목적으로 민간 기업도 허용해 현재 쿠바에 11,000개 민간 기업이 활동하고 있지만 그 비율은 턱없이 낮다. 이 때문에 미국이 쿠바 국영기업 등을 대상으로 달러 송금 제재 등을 풀지 않는 이상 한국과 쿠바 간에 실효성 있는 경제 교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달러로 무역대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쿠바에 진출할 경제적 유인이 없다는 얘기다.
유성준 쿠바 코트라 무역관장은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미국 시중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이후에도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인들이 옆 나라인 멕시코, 브라질 등 시장 규모가 큰 국가에서 무역이나 경제 활동을 하는 게 낫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편 지난달 쿠바 상공회의소가 유성준 무역관장과 만난 자리에서 쿠바의 수도인 아나바 근처 마리엘 경제특구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특별히 요청하기도 했다. 마리엘 경제특구는 현재 중국, 러시아, 캐나다, 유럽 등 21개 국가와 64개 기업이 2014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법인세를 10년 간 100% 면제해주는 등 외국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무역대금으로 달러를 선호하다 보니까 경제성 측면에서 경제특구 진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아직 경제특구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는 게 코트라 측 설명이다.
한·쿠바 간의 경제 교류를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산업부도 난감하다. 양국의 경제 교류를 넓히고 싶지만 무역대금 결제 문제라는 현실의 벽이 높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서 무역대금 결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과 쿠바 간에 민간 경제 교류와 투자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말했다. 양국 정부 간에도 공관 개설 등에 집중하고 있어 당분간 투자보장 협정이나 경제협정 체결 등 경제 협력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전폭적으로 해제되지 않는 한 경제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한국 기업의 진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對)쿠바 정책이 한국과 쿠바 간의 경제 교류가 확대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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