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가지 음료 만드는 '로봇' 등장···최저임금 1만원 시대, 알바 대체 가속화하나
두산, 협동로봇 기술로 F&B 공략
브이디컴퍼니 등 서빙로봇 경쟁 치열
15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로봇 카페 ‘코코플래닛’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초 안팎에 불과했다. 주문 즉시 얼음과 물이 담긴 컵이 정수기로부터 빠져나오는 동시에 로봇 팔이 곱게 갈린 원두가 담긴 핸들을 커피 머신에 끼웠다. 컵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머신으로 이동하자마자 머신에서 에스프레소가 뽑아져 나와 커피 음료로 만들어졌다. 그 옆에 위치한 또 다른 로봇은 라테·밀크티·에이드 등 70가지에 달하는 음료는 물론 아이스크림까지 제조할 수 있다. 로봇 팔이 앞에 놓인 아이스크림 기계와 음료 기계로 능수능란하게 움직이면서 다양한 주문에 대응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빵을 직접 굽고 재고를 관리하는 역할만 맡는다. 방문이 뜸한 저녁 시간대에는 직원 없이 완전 무인 형태로 운영된다. 카페에서 일하는 정희진 씨는 “인건비가 오르는 추세에 있고 지방 소멸 등 인력난 문제도 심화하고 있기 때문에 로봇 카페에 대한 수요는 점차 커질 것”이라며 “바리스타 로봇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로봇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사회적인 인식도 점차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시급 1만 원을 돌파함에 따라 외식 업계에서 로봇 도입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12일 2025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시간급 1만 30원으로 결정했다. 로봇 업계는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빙·조리 등 기술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코플래닛을 운영하는 곳은 외식 기업이 아닌 로봇 제조 기업인 뉴로메카다. 이 업체는 성수동 본사에서 이달 초부터 자사의 카페용 로봇을 설치해 카페를 시범 운영 중이다. 고객의 의견을 수집하고 파트너사를 확보해 향후 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바리스타 로봇이 제조 가능한 음료 종류는 20개 정도였는데 자사의 ‘올인원 모듈’을 탑재한 로봇은 70가지 음료와 아이스크림 제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두산로보틱스 또한 바리스타 로봇의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메가MGC커피가 운영하는 카페는 물론 바디프랜드 라운지에도 협동로봇 바리스타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두산 측은 커피숍의 기존 주방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직원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두산로보틱스와 뉴로메카는 교촌치킨에 튀김로봇을 제공하는 협력사이기도 하다. 양 사 모두 공장 자동화를 돕는 산업용 협동로봇 사업을 주로 해오다 인건비 상승, 노동력 감소 등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요식업처럼 인력 절감이 필요한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로봇은 생맥주 뽑기 등의 업무도 충분히 가능해 술집에도 점차 적용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빙로봇 시장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브이디컴퍼니는 서빙로봇을 비롯해 식당 자동화 솔루션을 채택한 매장이 지난해 누적 1만 곳을 돌파했다. 우아한형제들 자회사인 비로보틱스는 2019년 배달의민족에서 본격적인 서빙로봇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 3월 기준 2000여 개 매장에 3100대 이상의 서빙로봇을 보급하고 있다.
단순 주문을 받는 인력 수요는 이미 상당히 줄어드는 추세다. 태블릿 방식의 비대면 주문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 단말기 업체 ‘티오더’의 전국 사업장 누적 단말기 설치 수는 2022년 2만 5000대에서 지난해 10만 대, 최근 누적 20만 대 이상을 넘어섰다. 티오더 서비스를 통한 월 결제액이 4500억 원에 달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상승 여파로 인해 키오스크·서빙로봇에 이어 조리로봇까지 도입이 확산될 것”이라며 “1년 정도만 로봇을 사용해도 인건비를 상쇄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로봇의 아르바이트 대체 움직임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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