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셋째 낳으면 특진

부영그룹은 아이를 낳는 직원에게 1억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지원책으로 출산장려 기업의 상징이 됐다. 지난 2월 제도 도입 후 출산장려금으로 총 70억원이 지급됐다. 최근 경력·신입사원 공채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는 20·30대 구직자가 대거 몰렸다. 저출생 대책에 앞장선 덕분에 기업 이미지가 개선된 사례다.

파격적 출산장려책을 내놓은 또다른 기업은 한미글로벌이다. 이 회사는 금전적 지원보다 일·가정 양립에 초점을 맞췄다. 셋째를 출산하면 승진 연한이나 고과에 상관없이 무조건 차상위 직급으로 승진하도록 했다. 최장 2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연수로 인정해 휴직 중에도 진급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은 2년(두 자녀 이상은 최장 3년)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미혼모와 비혼 출산, 입양 가정 역시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미글로벌이 제도 도입 1년이 지난 후 성과를 점검한 결과 셋째 출산으로 특진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올해 승진 인사에서 세 자녀 이상을 둔 직원 2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또 다른 세 자녀 출산 직원도 승진 심사에 이를 반영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세 자녀는 흔한 사례가 아니다 보니 직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제도는 육아휴직 기간 근속연수 인정과 재택근무라고 한다. 부영과 한미글로벌은 최근 '인구의 날'을 맞아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나란히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국민 2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직장 만족도가 높은 경우 직장 만족도가 낮은 경우보다 결혼 의향이 22%포인트, 출산 의향이 12%포인트 높았다. 직장 만족도가 높으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바꿔 말하면 일·가정 양립이 힘든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출산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저출생 해소는 국가적 과제다. 하지만 저출생이 불러올 노동력 감소와 소비시장 위축의 피해자인 기업도 출산 장려 여건 조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은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