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치이고 대기업에 밀리고… 물류악몽 중소기업 울상

양호연 2024. 7. 1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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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기 지연 패널티 막으려 '웃돈' 거래 횡행
불확실성 여전...'코로나 대란' 되풀이·장기화 우려도
부산항 야적장에 쌓인 컨테이너. 연합뉴스

"선복(적재공간)은 한정됐는데 대기업의 장기계약 제품이 우선적으로 실리다 보니 중소기업은 계속 뒤로 밀려나는 상황입니다. 납기가 늦어지면 패널티를 물거나 심하면 계약이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웃돈'을 줘서라도 선복을 잡으려고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당시 물류대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며 중소 수출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최근 해상운임이 급등한데다가 선복을 확보하지 못하며 수익 악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물류난이 장기화 할 가능성에 주목하며 중소기업 중심의 정부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주 연속 운임지수 고공행진…화주들 선복 확보 별 따기=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4일 573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해상운임 급등 관련 긴급 물류 애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40.1%는 물류비 증가, 21.5%는 선복 확보 어려움을 애로사항으로 각각 지목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5일 3733.80을 기록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SCFI가 3900에 도달하면 비상대응조치를 최고 수위인 3단계로 높인다.

해상운임이 급등한 데는 홍해 사태로 아시아-유럽 간 해상 운송 차질이 빚어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된 점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산 주요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이 '물량 밀어내기'에 나서며 중국 기업들이 미국향 컨테이너선 계약을 싹쓸이 했다.

이와 관련,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5월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의료품 등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오는 8월1일부터 시행된다고 연방정부 관보에 공지했다. 오는 8월1일 관세를 인상하는 품목은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인상 후 25%), 철강·알루미늄 제품(25%), 태양광 패널(50%) 등이다.

중국산 반도체는 2025년 1월1일부터 세율이 50%로 오른다. 중국을 대체할 조달 루트의 확보가 어려운 흑연이나 영구 자석은 오는 2026년 1월1일부터 25%로 인상된다. 중국 기업들은 이 같은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 등에 물량 밀어내기를 하는 중이다.

또 7월은 컨테이너 화물 성수기인 만큼 물동량이 증가하고 선복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성수기를 맞아 최근 글로벌 주요선사들은 잇달아 운임 인상(GRI, General Rate Increase)을 단행하고 있다.

이로 인한 수출 차질 피해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수출입 물류 애로·고충센터를 운영 중인 한국무역협회에는 총 60여건 이상의 애로 신고가 접수됐다. 무협 관계자에 따르면 물류비 상승 요인과 선복·컨테이너 부족현상에 따른 중소업체 고충이 주를 이뤘다.

특히 자동차 부품이나 기계류,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석유화학 제품 등에 대한 운송지연이 다수 발생했고 이로 인한 납기 문제를 토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계약' 중소기업 비상…물류난 장기화, 수익성 촉각= 물류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선사와의 계약이 '단기' 조건인 경우가 많아 운송지연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해 일부 화주들은 납기 지연에 따른 패널티와 계약 취소 등을 막기 위해 이른바 '웃돈'을 주고서라도 선복 확보에 힘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미를 본 글로벌 선사들이 수익률 등을 이유로 가격을 낮추지 않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며 "물류대란이 길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장기계약으로 일찌감치 선복을 확보해 둔 대기업들도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LG전자는 물류비 상승으로 해상·항공 운행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H&A(생활가전) 본부 사업에 있어 수익성 악화의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LG전자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매출 기준 전년 대비 2% 정도의 물류비 영향이 있고 글로벌 선사들을 대상으로 임시 선박 투입을 통해 공급 차질을 축소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 정비를 통해서 물류비 상승 영향 최소화 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미국·유럽·중국·인도 등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는 LG화학은 최근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시작되자 물류 상황실을 전사적으로 확대 개편해 가동하고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고물가와 금리 인하 지연 등의 영향으로 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물류비는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발주한 신조 물량이 올 하반기 투입되는 만큼 지금보다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현장 곳곳에선 미국의 대중관세 인상 품목이 증가하는 등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만큼 올 연말까지 지금 상황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언급된다"고 말했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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