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그린수소 놓쳐선 안되는 이유

황인혁 기자(ihhwang@mk.co.kr) 2024. 7. 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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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제조업체가 에너지 기업이 돼야 할 판입니다."

그린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정부는 값비싼 그린수소의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형태의 수소산업 육성책을 마련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국내 발전사들이 그린수소를 사줘야 관련 업체들이 사업화 발판을 마련하고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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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싹트는 그린수소 산업
日·EU 재빨리 지원책 마련
속도 차가 에너지패권 좌우
LNG 개화기 때 기회놓친 韓
이번엔 과감히 시장 잡아야

"이제 모든 제조업체가 에너지 기업이 돼야 할 판입니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포스코 고위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인 환경 규범이자 의무가 되고 있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하려면 수소환원제철에 청정전력을 끌어와야 하는데 이를 충분히 확보할 방법이 없어 큰 고민이라는 것이다.

대만 TSMC는 타이완섬 인근 해상풍력을 확보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이르면 2040년에 RE100을 달성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지난해에만 4조원의 전기료를 낸 삼성전자는 마땅한 청정전력을 끌어오지 못해 녹색요금제 구매로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출해야 했다. 해외에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RE100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K반도체에는 상당한 위협 요인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간헐성이 있는 데다 대용량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대규모 청정전력을 얻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그린수소 발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원전은 RE100에서 빠져 있다. 그린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만든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블루수소와 그레이수소를 능가하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린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그린수소의 성장성을 꿰뚫어보고 다수의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한 네옴 프로젝트,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의 수력을 이용한 H2비스커스 프로젝트와 혼빌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 컨소시엄이 참여한 H2비스커스 프로젝트는 일본 기업들이 뛰어든 혼빌 프로젝트와 묘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 컨소시엄은 말레이시아 주정부가 제시한 전력가격을 받아들인 반면 한국 컨소시엄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입장 차가 발생하는 결정적 이유는 정부 지원책에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 정부는 값비싼 그린수소의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형태의 수소산업 육성책을 마련했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은 말레이시아가 제시한 전력단가를 수용할 여유가 있지만 한국 업체들은 전기료 부담을 좀 더 낮춰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수소 생태계를 키우는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다만 현 입찰제도로는 그린수소와 블루수소의 가격 차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린수소의 생산원가는 블루수소의 2배에 달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국내 발전사들이 그린수소를 사줘야 관련 업체들이 사업화 발판을 마련하고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싹트는 이때 기민하게 움직이면 그린수소 생산설비의 표준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수소산업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일본은 액화천연가스(LNG) 개화기 때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JGC, 지요다 등 LNG 액화 플랜트 건설업체와 다수의 기자재 업체들을 키워냈고 '퍼스트 무버'의 과실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었다. 일본·미국·유럽이 견고하게 구축한 LNG 카르텔에 끼지 못해 한국이 변방으로 내몰린 건 선도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시 갈림길에 서 있다. 아직 꽃피지 않은 수소산업을 선점할 기회를 붙잡을지, 아니면 경쟁국들에 밀려날지는 향후 1~2년의 행보에 달렸다. 그리고 그 속도의 차이가 향후 수십 년의 에너지산업 패권을 좌우할 것이다.

[황인혁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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