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정원 껍데기 만들기,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24. 7. 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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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괴력을 뽐내고 있다.

국민이 절대다수 의석을 만들어준 것은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데 민주당이 헌신하라는 여망이 담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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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괴력을 뽐내고 있다.

국민이 절대다수 의석을 만들어준 것은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데 민주당이 헌신하라는 여망이 담긴 결과다.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일부 의원들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들고나왔다. 2020년 대공 수사권을 폐지한 것도 모자라 '안보범죄조사권'마저 없애겠다는 것이다.

키포인트는 국정원의 조사권 박탈과 신원 조회 시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 삼은 조항은 국정원법 제5조 1·2·4항인데, 1항은 '국정원이 내란죄·외환죄·국보법 위반죄·군사기밀보호법위반죄 등 안보 범죄에 관한 정보 업무 수행을 위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사실의 조회·확인, 자료의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다. 2항과 4항은 현장 조사, 문서 열람, 시료 채취, 자료 제출 요구 및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는 조사권이다. 이 조항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수집한 정보를 신원 조회에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4조 5항)까지 신설했다.

이쯤 되면 그러잖아도 반신불수가 된 국정원을 아예 '이름뿐인 껍데기 기관'으로 만들 심산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인권 보호를 법안 개정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 국정원이 무슨 인권 남용을 한 사실이 있는가. 누구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인가.

도대체 무슨 속내인지 모르겠다. 아울러 조사권은 데이터 안보와도 연관된다. 각종 데이터를 이용한 간첩 활동과 영향 공작 등을 우려하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우려 국가'로 데이터가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정명령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조사권 삭제는 데이터를 국가안보적 과제로 다루는 국제적 추세와도 어긋난다.

국정원의 형해화는 정보 실패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프랑스와 독일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정치권은 프랑스 정보기관을 헛껍데기로 만들어 놓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시에 알지 못했다며 군 정보기관 수장인 에릭 비도 장군의 목을 날렸다. 독일의 경우 프리고진의 반란을 뒤늦게 알았다는 이유로 연방정보부(BND)를 호되게 질책했다. BND 수장은 탄식했다. "우리의 손발을 다 묶어놓고 어떻게 하라고."

북한 김정은 정권은 아예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호칭하며, '다른 나라'로 규정하고 정복 대상(영토완정)임을 선언하고 핵 무력을 날로 가속화하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냉엄한 현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분쟁이 상시화되고 있고, 언제 블랙스완이 도래할지 모르는 복합위기 시대로 치닫고 있다.

이는 정보 사각지대 발생 위험성을 높여주어, 이 사각지대 해소에 국정원이 앞장서야 함을 보여준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격심한 국내외 상황에서 국정원 요원들은 문 정부 시절 개정한 국정원법이 '안보 성곽 허물기'임을 목도하면서도, 주어진 법령 아래에서 국가 안위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들을 격려해주지 못할지언정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기본근거까지 없애려는 발상은 재고해야 마땅하다. 한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국회의원의 손에 달려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일환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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