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항 물동량 1년새 12% 껑충… `물류대란`에 수출 비상
전쟁리스크 등에 해상운임 폭등
컨테이너 실을 자리 없어 발동동
가자지구의 전쟁 여파를 비롯해 파나마 운하의 가뭄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국 상하이항의 물동량이 1년 새 10% 이상 늘어나는 등 해운시황이 요동치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 역시 역대 최대 물류대란이 발생했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와 비교해 80% 수준까지 근접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 하반기부터는 제품을 실어나를 배를 구하지 못한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상하이항 컨테이너 처리량은 지난해 대비 12.1% 늘어난 456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5월 철강과 알루미늄,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중국산 수입품 180억달러(약 24조6000억원) 상당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하자, 이를 피하기 위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오는 8월1일 관세를 인상하는 품목은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인상 후 25%), 철강·알루미늄 제품(25%), 태양광 패널(50%) 등이다.
해운시황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선복량(배에 실을수 있는 화물의 총량)도 늘어나고 있다. 이달 기준 글로벌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3000만TEU를 돌파했는데, 이는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해상운임 또한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 근접하고 있다. 상하이 해운거래소에서 집계하는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의 15개 항로의 스팟 운임을 반영한 운임지수(SCFI)를 보면 지난 12일 기준 3674.86을 기록하며 약 한 달 전(6월 14일)과 비교해 296포인트(8%) 상승했다.
올해 1월 5일 기준 SCFI가 1896.65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반년 새 96%나 폭등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동안 기록했던 5109.60(2022년 1월)와 비교해 약 80% 수준까지 도달한 상태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선사들은 운임을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예맨 반군 후티가 홍해를 운항하는 선박에 대해 공격을 하면서 선사들이 희망봉 우회 경로를 선택, 운임이 오르고 있다"며 "또 글로벌 선사들이 이달부터 성수기 할증료를 추가로 부과하면서 주요 원양 항로 운임이 추가로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역별 수출 운임비는 최근 들어 급등하는 추세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럽연합(EU)로 가는 해상수출 평균 운송비는 전 달보다 44.6% 오른 2TEU당 613만5000원을 기록 중이며, 미국 서부 수출 운송비는 같은 기간 12.9%, 미국 동부 운송비는 15.3% 각각 올랐다.
해상 운임이 폭등하면서 대기업들까지 비상이 걸렸다. LG전자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동 사태와 같은 지정학 리스크로 글로벌 물류 환경의 불안정성과 잠재적 운송비 증가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기업들은 선사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배에 컨테이너를 실을 자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한국맥도날드가 공급망 문제를 이유로 감자튀김 제공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8월과 2022년 2월 코로나19 당시 글로벌 물류대란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미국 대선 등의 변수도 있어 향후 시황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홍해사태가 해소되고 수에즈운하 통항이 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하면 운임이 다시 침체기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동정세 불안으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고 종료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워 컨테이너선 시황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상현·최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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