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분장팀장’ 조은혜, 미용 펜슬 대신 휠체어 펜싱 검을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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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했던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
15일 경기도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조은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에 병원에서 재활하고 있었는데 저녁 9시 스포츠 뉴스 하이라이트 영상에 휠체어 펜싱이 나왔다. 하얀 복장에 치마처럼 예쁜 에이프런을 입고 경기하는 선수 모습에 반했다"면서 "무작정 장애인펜싱협회에 연락해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은혜는 큰 키(170㎝)와 함께 팔 길이도 길어서 휠체어 펜싱에 유리한 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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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 사고로 재활 중 경기 영상보고 반해”
2017년 개봉했던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 엔딩 크레딧의 ‘분장 팀장’에는 ‘조은혜’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조은혜(39)는 ‘범죄도시’ 외에도 ‘은밀하게 위대하게’, ‘굿바이 싱글’ 등의 영화에서도 분장팀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일순간의 낙상 사고는 그의 척수를 손상시켰고, 하반신을 마비시켰다. 이제 그는 미용 펜슬이 아니라 칼을 잡는다. 그리고, 당당히 태극 마크를 달고 2024 파리패럴림픽에 참가한다.
15일 경기도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조은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에 병원에서 재활하고 있었는데 저녁 9시 스포츠 뉴스 하이라이트 영상에 휠체어 펜싱이 나왔다. 하얀 복장에 치마처럼 예쁜 에이프런을 입고 경기하는 선수 모습에 반했다”면서 “무작정 장애인펜싱협회에 연락해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낙상 사고 이전에는 바쁜 직장인 생활에 웨이트 트레이닝 정도만 가볍게 했던 터. 조은혜는 “다치고 3~4개월 뒤에 의사 선생님이 ‘이제 걷기 힘들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야 좋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운동을 하자 싶었다”고 덧붙였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주변에서 말렸다고 한다. 휠체어 펜싱을 하기에는 “몸이 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은혜는 큰 키(170㎝)와 함께 팔 길이도 길어서 휠체어 펜싱에 유리한 점이 있었다.
첫 대회 출전 때는 상대에게 너무 많이 찔려서 완패를 당했다. 조은혜는 “너무 분해서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훈련했고, 두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3등을 했다. 비장애인으로 생활할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승리의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자신에게 승부욕이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피스트 위에서 하염없이 찔리고 난 뒤 튀어나온 것. 조은혜는 “장애인이 된 뒤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휠체어 펜싱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이 회복했다. 언젠가부터 자신감을 갖고 선수 생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그는 휠체어 펜싱을 “내 인생 전부”라고 표현한다.
조은혜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했고, 2023 전국장애인체전에서는 3관왕을 차지했다. 2018년부터 조은혜를 가르치고 있는 박다영 휠체어 펜싱 감독은 “조은혜는 신체적으로 팔이 길고, 왼손잡이라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빠른 스피드도 있다”라고 평했다.
조은혜는 이제 파리를 겨냥한다. 그는 “사고가 나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삶”이라며 “국가대표로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파리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휠체어 펜싱은 12년 만에 패럴림픽에 출전하며 조은혜를 비롯해 권효경, 백경혜 3명이 참가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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