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서 승부욕 더 강해지는 게 내 바둑"
농심배 끝내기 6연승 힘입어
아시아 최고 기사로 우뚝서
최근 연패당해 주춤했지만
란커배 결승 올라 자신감
혁신과 도전은 평생 과정
AI 공부하며 더 발전할 것
"제가 포니정 영리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의외였고 '내가 받아도 되나'라고 생각했죠. 이창호·이세돌 사범님과 비교하면 제 영향력은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 더 열심히 하라는 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포니정재단 사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앞서 한국기원에서 만난 신진서 9단은 대답 하나하나에 신중했다. 질문하면 2~3초간 정적이 흘렀고, 마치 장고 끝에 돌을 놓듯 생각을 정리한 뒤 물 흐르듯 풀어냈다. 겸손한 모습과 다르게 신진서 9단은 한국 바둑의 상징이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55개월 연속으로 한국 바둑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신진서는 지난해 '바둑 올림픽' 응씨배 챔피언에 올랐다. 올해 초에는 LG배 우승에 이어 국가대항전인 농심 신라면배에서 일본과 중국 톱기사들을 모조리 제압하고 '끝내기 6연승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 바둑기사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고 국민들에게도 가슴 뜨거운 감동을 안겼다. 신진서를 통해 바둑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도 늘어났다.
포니정재단에서 수여하는 '영리더상'은 현대자동차 설립자인 고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의 혁신과 도전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2020년부터 매년 사회에 진취적 정신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40세 이하 혁신가를 찾아 수여하는 상이다.
신진서는 "바둑을 시작할 때는 '개인적인 우승과 영광' 때문에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큰 상을 받으니 이제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둑계를 위해서도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본질인 바둑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만들고, 이후에 기회가 생긴다면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 전에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 그걸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리더상에 대해서도 미리 공부하고 왔다. 그리고 차분하게 "과분하지만 그래도 도전과 혁신이라는 부분에서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인생 자체가 도전과 혁신이다. "저는 지금까지 20년간 바둑을 두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끝없이 도전을 이어왔다. 예전에는 20연패를 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왔다"고 말한 신진서는 "내 바둑 자체가 부족하게 시작해 굴곡도 많았다. 늘 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도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진서에게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이세돌과 알파고 대전 이후 모두가 인공지능(AI)에 두려움과 우려를 드러냈지만 그는 오히려 AI를 활용해 자신의 바둑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이는 바둑 판도를 바꿨다. 지금은 전 세계 기사들이 신진서를 따라 AI를 연구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끝내기 6연승'으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흐름은 좋지 않다. LG배, 응씨배, 춘란배에서 중도 탈락했고 국내 최대 기전인 GS칼텍스배 프로기전 4강에서도 신민준 9단에게 덜미를 잡혔다. 신진서는 "올해 초반에 너무 좋게 시작했다. 사실 농심배도 '우승'보다는 '최선'만 다하자는 생각으로 도전했는데 뜻밖의 성과를 얻었다"며 "하지만 이후가 아쉽다. 나도 모르게 자만했을 수도 있고, 공부량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고 돌아봤다. 이어 "최근 모든 기사의 실력이 향상됐다. 더 이상 쉬운 바둑은 없다. 조금만 실수해도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낙담할 시간은 없다. 지난해 통한의 역전패를 당해 깊은 상처가 남았던 란커배 결승에 올라가 있다. 상대도 마침 지난해 아픔을 준 중국의 구쯔하오 9단이다. 이어 삼성화재배, 국수산맥배 등 굵직한 경기들이 남아 있다. 신진서는 "나는 잘나갈 때보다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승부욕이 더 많이 생긴다. 잠시 부진했을 때 극복하는 것은 잘한다. 노력한다면 이후에 더 좋은 바둑을 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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