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심리적 사회부적응증

2024. 7. 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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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활을 너무 오래하여서인지 가끔 '심리적인 사회부적응증'을 안고 살게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결론을 내려다 보니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고 하고, 당위에 관하여 판단하려고 하며,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흐름에 방해가 될 경우 타인의 말을 중간에 끊게 된다.

사회적인 현상에 관해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아마 그러한 부정적인 변화로 '내가' 감내할 테니 '내가' 책임을 지고 결론을 내리겠다는 단호한 결단이 자리 잡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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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활을 너무 오래하여서인지 가끔 '심리적인 사회부적응증'을 안고 살게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내용은 이것이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자꾸 '내가'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결론을 내려다 보니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고 하고, 당위에 관하여 판단하려고 하며,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흐름에 방해가 될 경우 타인의 말을 중간에 끊게 된다. 사회적인 현상에 관해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포함한 사교 모임에서도 그럴 때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정에서조차 '내가' 사리분별에 관하여 논리적인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서 수많은 지적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이러한 경향이 직업병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내내 주어진 업무나 사안에 관하여 '내가' 답을 하여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불이익한 결론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당사자나 세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비판을 받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때로는 서슬 퍼런 비난과 폄훼를 받는 것조차 감내해야 했다. 자체진단을 해 보니 바로 이러한 과정이 연속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그쪽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고 이해되는 경우도 있지만, 진실이나 사실로부터 약간씩 벗어난 구성을 통해 종합해 보면 엉뚱한 지향성을 갖고 견강부회, 침소봉대하듯 과도하게 사리에 벗어난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으로서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숙명이었고, 그것이 싫으면 공무담임을 벗어났어야 하는데 공무원을 30년 넘게 하다 보니 그렇게 하지도 못하였다. 결국 이것은 스스로 선택한 직업병이었고, 내면의 심리에도 어떠한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러한 부정적인 변화로 '내가' 감내할 테니 '내가' 책임을 지고 결론을 내리겠다는 단호한 결단이 자리 잡게 되었던 것 같다. 좋은 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간 이러한 아집 같은 완고함에 고생하였을 주변 사람들에게 적잖이 미안해진다.

자성의 시간이 끝나고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니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 같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정보가 공유되어 있어서인지, 일반상식은 물론이고 전문지식까지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학식과 경험이 많든 적든,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든 낮든 '내가 잘 알고 있어'증(症)이라는 사회부적응증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전문지식과 경험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도 높아졌다. 바야흐로 백전노장과 전문가의 수난시대다. 인터넷과 앱, 단톡방을 보면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떤 것이 객관적 사실인지 아니면 예측이나 희망인지 쉽게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이런 현상은 차고 넘친다. 전 세계가 이런 현상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더 나아가 앞으로 AI폰을 없앨 수는 없으니 이런 현상에 따른 폐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이나 세력, 의사결정에서 높은 위치에 올라 있는 사람일수록 이런 증상에 빠져 있는지 스스로 체크하고 경계하여야 한다. 이런 보편적 현상을 재빨리 간파한 집단으로부터 역이용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문무일 법무법인(유)세종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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