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은 언론장악 마지막 퍼즐? 곳곳 포진한 ‘공언련’ 인맥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①]

문상현 기자 ·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 2024. 7. 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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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한겨레가 언론사 울타리를 넘어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함께 추적한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시사IN〉과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장면1
“친여, 친정권 방송, 공영방송 편향성 해결 방안이 무엇입니까? 대책으로 MBC 민영화 얘기도 나오는데 입장은 무엇입니까?” “이런 정도로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합니다.” 질문자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다. 답변은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 2021년 10월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정권교체국민행동’ 주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묻다’ 토론회에서 나온 질의응답이다.

#장면2
2022년 3월3일, 정권교체국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석열-안철수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단일화 결정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정권교체국민행동은 성명서를 내고, 반드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를 발표한 사람도 이진숙 후보자였다.

#장면3
“지금 여기 계신 참석자 여러분들께 묻습니다. 이제 MBC를 국민에게 돌려주려면 중도적인, 중립적인 인물이 사장으로 와야 되겠죠? 자, (방금) ‘안 됩니다’라고 얘기하신 분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정답입니다. 지금 무너진 공영 언론 또 우리가 기울어진 문화권력 지평을 바로 세워줄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중도적이다‘ ‘중립적이다‘ ’신사다’ ’점잖다’ 그런 사람 안됩니다.” 2023년 6월7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자유총연맹 10차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발언자는 이진숙 후보자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4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연합뉴스

7월4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방통위 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 대통령은 7월9일 국회에 제출한 이진숙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소신을 갖고 행동하는 언론인”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 시기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야당들과 언론단체들의 평가는 달랐다. 야 6당은 7월11일 일제히 “이진숙은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그의 과거 이력과 발언, 정파적 활동 등을 종합하면 중립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방통위원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진숙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MBC 장악 시나리오 실행에 앞장 섰던 원조 부역자”라고 주장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언론공공성위원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7개 언론현업단체도 7월4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동관이 이전 보수 정권의 실세이자 ‘언론장악 기술자’였다면 이진숙은 MBC 내부에서 정권과 손발을 맞춘 ‘언론장악 부역자’”라며 대통령실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진숙은 누구인가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MBC 기자 출신이다. 1987년 MBC 보도국에 입사해 국제부장, 워싱턴 특파원, 기획조정실 정책협력부장, 기획홍보본부장, 보도본부장, 대전MBC 사장 등을 지냈다. ‘최초’ 타이틀을 여럿 갖고 있다. 1990년 걸프전쟁과 2003년 이라크전쟁 현지에 파견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종군 기자다. 2012년 MBC 기획홍보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사내 첫 여성 임원이 됐고, 2년 뒤에는 최초의 여성 보도본부장이 되었다.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이후 행보에 집중된다. 이 후보자는 2010년 8월부터 MBC 홍보국장으로 일하면서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의 입’으로 통했다. 2012년 한국기자협회 MBC지회가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와 언론·노조 탄압에 반발하며 파업을 이어나갈 때도 이 후보자는 사측을 대변했다. 한국기자협회 MBC지회는 총파업 50일을 맞은 2012년 3월19일 긴급 기자총회를 열고 찬성 115표, 반대 6표로 이진숙 홍보국장 제명 건을 가결했다. MBC기자회에서 기자가 제명된 건 처음이었다.

이진숙 후보자는 한 달 뒤인 2012년 4월, MBC 임원인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6개월 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밀실에서 MBC 민영화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이진숙 후보자와 최필립 이사장은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던 MBC 등 언론사 지분을 매각하고, 그 대금을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

문제는 이 논의가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와해 작업과 연결된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국회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공개된 국정원 작성(2010년 3월2일) 문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을 보면, 3단계에 걸쳐 MBC를 와해하려는 계획이 담겨있다. △MBC 간부진에 대한 인적 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하고 △노조를 무력화하며 △MBC를 민영화한다는 것이었다. 민영화 시기는 2013년 이후로 적혀있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 문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PD·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킨 뒤 MBC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시)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팀이 언급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었고, 이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이진숙 후보자는 MBC 기획조정본부장 시절 직원 사찰 문제에 연루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2012년 MBC는 ‘트로이컷’이라는 보안 프로그램도 직원 동의 없이 설치했다. 직원들의 이메일과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회사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하는 ‘사찰’ 프로그램이었다. ‘트로이컷’ 설치는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가 파업을 하는 동안 이뤄졌다. 2021년 6월 대법원에서 MBC 사측이 ‘트로이컷’을 이용해 언론노조 MBC본부 간부 등의 자료를 무단 열람한 사실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김재철 전 MBC사장과 경영진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이진숙 후보자도 ‘공동 불법 행위자’로 책임자에 포함됐다.

이진숙 후보자는 2014년 MBC의 세월호 보도 참사 책임자로 지목됐다. 이 후보자가 보도본부장 시절이던 당시 MBC는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냈고, 세월호 승객들의 보험금을 계산하거나 ‘세월호 유족들의 조급증이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불러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2019년 10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황교안 당시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입당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에게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2월 이진숙 후보자는 대전MBC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언론노조 대전MBC지부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MBC에 대한 언론 탄압을 했다는 이유로 2017년 5월부터 이진숙 후보자(당시 사장) 퇴진 투쟁을 벌였다. 이 후보자는 2018년 1월8일 사의를 밝혔다. 자신의 해임안이 상정된 주주총회를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MBC를 떠난 이 후보자는 2019년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

왜 이진숙인가

이진숙 후보자는 2021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같은 해 8월26일 윤석열 캠프에 언론 특보로 영입됐는데, 다음날인 8월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윤석열 캠프에 ‘임명 철회’를 요구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노조는 현재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라고 비판해 논란을 빚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일주일 뒤 해촉됐다. 당시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여러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캠프에서 원하지 않는 공격성 있는 이야기들이 페이스북 논평으로 나갔다. 윤석열 캠프와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 해촉했다”고 밝혔다.

이진숙 후보자는 이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공영방송을 향해선 좌편향 방송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인용한, 윤석열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그에게 ‘공영방송 민영화’ 답변을 이끌어낸 시민단체인 정권교체국민행동의 대변인이 이진숙 후보자였다. 그는 당시 또다른 시민언론단체인 ‘바른언론인모임’ 대표도 맡았다. 이 후보자는 대선 시기 시민단체 활동과 각종 토론회 주최·참여·발언 등을 통해 윤석열 당시 후보를 지원했다.

2023년 6월7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자유총연맹의 ‘제10차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안보 대국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진숙 후보자. ⓒ유튜브 한국자유총연맹넷 채널 캡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진숙 후보자는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국민언론감시연대(공언련 전신)의 발기인으로도 참여했다. 공언련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2022년 6월10일 설립된 단체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2021년 11월 KBS, MBC 등 각 방송사의 보수 성향 노조와 시민단체가 만든 20대 대선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이 이 단체의 뿌리다. 현재 언론분야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지지 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과 이진숙 후보자가 대표였던 바른언론인모임 등이 공언련의 가맹 단체가 되었다. 2022년 6·1 지방선거 9일 뒤인 6월10일, 공언련 창립대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축사에서 이렇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여기 계신 여러분 덕택에 대선도 이길 수 있었고 이번에 지방선거도 이길 수 있었다. 이번 대선에 이길 수 있는 것도 여러분이 이렇게 노력해줘서 이겼다. 이번 지방선거 우리가 압승할 수 있었던 것도 여러분 덕이라 저는 생각한다.”

공언련은 창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매주 방송, 신문, 유튜브를 모니터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 일부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고발(민원)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따르면, 공언련은 국민의힘과 함께 총 181건의 민원을 넣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단체 민원의 100%가 공언련이 낸 것이었다. 공언련과 가맹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방통위와 방심위 위원, 공영방송 이사진 등 경영진을 권익위원회 신고하거나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검찰청에 고발해오기도 했다.

공언련과 가맹 단체들을 뜯어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 단체에서 활동한 인물들이 국회 또는 방송 관련 기관에 입성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사장을 맡았던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전 MBC 사장)은 공언련 고문,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공동대표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선거를 앞두고서는 국민의힘 포털TF위원장, 가짜뉴스 괴담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정당 조직에도 참여했다. 이후 그는 22대 국회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7월9일 언론시민단체 ‘미디어연대’는 이진숙 후보자 지명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언론정책 추진을 위해) “잔다르크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까지 이 ‘미디어연대’의 공동대표는 류희림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밖에 공언련과 함께 활동한 언론시민단체 출신 인물들 가운데 4명이 방심위 산하 특별위원회, 2명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 2명이 명예훼손 분쟁조정위원회에 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장이 교체된 KBS와 민영화된 YTN의 이사 및 경영진, 한국콘텐츠진흥원 평가위원 등에도 공언련과 함께 활동한 시민단체 관련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취재 결과 공언련과 새미래포럼, 미디어미래비전포럼 등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출범한 언론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진출한 정부 기관은 약 60여 곳으로 파악된다. 공언련 등 특정 시민단체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첨병으로 활동하고, 장악된 언론 관련 기관의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일정한 패턴도 발견된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공개 모집한 KBS 이사 지원자에도 공언련 출신 인물들이 확인된다. 방통위는 6월28일부터 2주간 KBS와 방문진 이사 지원자를 공모한 결과 KBS 이사에 53명, 방문진 이사에 32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KBS 이사에 지원한 공언련 또는 가맹 언론시민단체 출신은 전용길 한서대 특임교수(공언련 발기인), 신창섭 서울문화재단 비상임이사(새미래포럼 정책위원장 등), 이인철 변호사(공언련 발기인·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 황승경 문화미래포럼 사무처장(공언련 이사), 이재윤 공언련 2기 공동대표 겸 상임운영위원장 등 11명이다.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공언련 또는 가맹 언론시민단체 출신은 윤길용 전 MBC NET 대표이사 사장(새미래포럼 발기인, 공영방송정상화 범국민투쟁본부 MBC정상화 투쟁본부 상임공동본부장), 백종문 전 MBC부사장(공영방송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 상임공동본부장), 차기환 변호사(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 등 5명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이진숙 후보자의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은, 윤석열 정부와 언론 관련 단체들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퍼즐 조각 중 하나로도 볼 수 있다.

※〈시사IN〉,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한겨레가 참여한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협업 프로젝트팀은 이진숙 후보자가 소속된 언론시민단체 ‘공언련’ 등과 함께 활동한 인물 등을 전수 조사하고, 그들의 네트워크 지도를 그렸다. 이어지는 보도를 통해 방송 관련 정부 기관에 포진해 있는 이들이 누구이고 또 서로 어떤 관계인지 등을 추적해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들여다 볼 예정이다.

 

 

 

 

문상현 기자 ·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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