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사직처리 '디데이'에도 복귀안해…빅5병원 "한 자릿수"(종합)
사직 시점은 6월 4일 이후…신규 인턴·레지던트 1년차는 2월말
전공의 답변만 기다리는 병원들…서울대병원 마감시한 '연장'
(전국종합=연합뉴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15일 전공의들 대부분이 수련병원에 어떠한 의사 표현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수도권 대형병원은 애초에 응답한 전공의들이 극소수라며 대규모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병원은 복귀 의사를 밝힌 인원이 10명 미만이라며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방 수련병원들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국의 수련병원들은 이날까지 응답하지 않는 전공의들의 경우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자동 사직 처리하겠다면서도, 최후의 순간까지 전공의들의 답변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빅5' 병원 "복귀 전공의 한 자릿수 불과"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등 주요 수련병원은 현재까지 복귀 또는 사직 의사를 밝혀달라는 요청에 응답한 전공의들이 극소수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복귀 움직임 역시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전국 수련병원 대부분은 지난주 전공의들에게 문자 메시지 등으로 이날까지 복귀 또는 사직 의사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공지했다. 복귀하지 않거나 응답이 없으면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자동 사직 처리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이날까지 전공의들의 복귀 혹은 사직을 처리해 부족한 전공의 인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각 수련병원이 정부 방침에 따라 전공의들에 '최후통첩'을 했지만,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뚜렷한 반응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는 전공의들이 본격적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빅5 병원 관계자 A씨는 "전공의들 응답을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10명 미만으로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애초에 회신하는 전공의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복귀한 인원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복귀를 고민했던 전공의들마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며 정확한 숫자를 알리기를 꺼렸다.
다른 빅5 병원 관계자 역시 "거의 없는 건 맞지만 숫자를 공개하긴 어렵다"며 "전공의들이 대규모로 복귀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지만 우선은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빅5' 전공의 규모는 서울대병원 500명, 세브란스병원 620명, 서울아산병원 580명, 삼성서울병원 520명, 서울성모병원 290명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이 돌아올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교수들도 전공의 복귀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세원 서울대병원 교수는 이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저희가 전해 들은 바로는 사직 전공의 95%가량은 의사에 변함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전국 수련병원들도 "대부분 명확한 답변 안 해"
수도권과 지방 등 전국의 수련병원 분위기도 비슷하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225명 중 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뒤 별다른 복귀 움직임이 없으며, 수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또한 전공의 125명 대부분 이탈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도 복귀한 전공의가 거의 없다.
인천에 있는 가천대 길병원과 인하대병원에서도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없다.
현재 길병원 전공의 200명 가운데 근무자는 10명가량뿐이다. 사직서를 낸 인하대병원 전공의는 152명 대부분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날 두 병원 측에 공식적으로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한명도 없었다. 길병원 전공의 3∼4명만 병원 측에 개별적으로 향후 절차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병원 관계자는 "문의한 일부 전공의들도 복귀 의사를 밝힌 건 아니었다"며 "전체 전공의들에게 사직 의사를 물었지만 대부분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강원 지역의 수련병원들도 마찬가지다.
강원대병원은 최근 1∼2주 사이 18명의 전공의가 복귀했으나, 사직 처리 마감 기한인 이날 추가로 돌아온 전공의는 없다고 밝혔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 복귀한 인원은 3명에 그쳤다.
대전·충남에선 충남대학교병원 전공의 140여명 중 5명이, 건양대병원 전공의 132명 중 13명이 각각 복귀했다. 단국대병원은 이탈 전공의 100여명 중 2명이 복귀하는 데 그쳤다.
병원들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 명단을 정부에 제출할지 아니면 좀 더 기다릴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전남 지역의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모두 복귀자가 거의 없고, 사직서 처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결정하지 못했다.
전북대병원은 전공의 154명 중 150여명이 돌아오지 않았다. 원광대병원 역시 전공의 90여명 대부분이, 예수병원은 70여명 중 50여명이 복귀하지 않고 있다.
각 병원은 일단 이날까지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대구·경북 대학병원 역시 현시점까지 복귀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남 지역의 경상국립대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는 인턴 40명 중 1명, 레지던트도 123명 중 8명이었다.
제주대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들도 전체 108명 중 16명에 불과했다.
복지부 집계 결과 지난 12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출근율은 8.1%였다.
병원들, 마감 시한 연장하며 '대기 중'…전공의들 여전히 '강경'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가운데 병원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전공의들의 응답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정오였던 마감 시한을 '오늘 중'으로 연장했다. 다른 병원들도 날이 바뀌기 전까지 복귀 의사를 받겠다는 분위기이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 C씨는 "복귀 또는 사직 의사를 밝힌 전공의가 극소수여서 마지막까지 기다려볼 것"이라며 "복귀하겠다고 한다면 마감 시한을 좀 넘겼더라도 받아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공의들 대부분이 무응답 상태다 보니 병원들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전공의 사직 처리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각 병원의 상황을 공유하는 데 그쳤다.
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를 예의주시하면서 사직서 수리 시점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주요 수련병원은 사직서 수리 시점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이라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사실상 정부 방침에 따라 '6월 4일 이후'로 결정됐다고 본다.
정부는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 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 '6월 4일 이후'에 사직서를 처리하되 전공의들에게 원하는 날짜를 정하게 하거나, 아예 이날 기준으로 처리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다만 인턴이나 레지던트 1년차 등 3월에 새롭게 수련을 시작해야 했던 신규 전공의의 경우, 수련을 시작하지 않았으므로 2월 말을 기준으로 사직서를 수리하는 등 아예 임용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 시점이 2월 말로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는 이날 서울대병원에 사직서 수리 시점을 2월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대병원이 정부 방침에 따라 '6월 4일 이후'를 사직서 수리 시점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월로 적용해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공의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익명을 요구한 사직 전공의는 "바뀌는게 없기 때문에 돌아가지도 않는다는 분위기고, 그냥 이대로 내년까지 가보자는 분위기"라며 "대부분은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도 관심 없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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