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만 명’ 병원 떠난다…잡지도 보내지도 못한 정부

강윤서 기자 2024. 7. 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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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공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1만2000여 명 사직 전망
정부 “전공의, 9월 복귀 시 규정 제한 완화…지역 제한도 풀 것”
의학계 “권역 제한 풀면 지방의료 파탄 가속…선발 공정성 우려도”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올 2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1만여 명이 병원을 떠날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이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은 가운데 복귀율은 여전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수련병원들이 막판 설득에 나섰지만,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 시점'을 2월로 해달라며 마지막까지 '미복귀' 입장을 고수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15일 이후 전공의들의 거취가 확정돼도 하반기 채용에서 다시 복귀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의료계는 "의료현장이 회복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221곳 대부분은 지난주 전공의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15일까지 복귀와 사직 중 결정해달라"며 "거취를 밝히지 않을 경우 사직 처리하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미복귀 혹은 무응답의 경우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자동 사직 처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11일 기준 병원에 출근한 전공의는 전체의 8%(1094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4일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허용 방침을 밝힌 뒤에도 사직을 택한 전공의 역시 레지던트 기준으로 69명뿐이다.

앞서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이날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확정하라고 지시했다. 또 17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할 것도 요구했다.

각 수련병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 전공의들에 '최후통첩'을 내렸지만 돌아온 회신은 극소수였다. 전공의들이 대규모로 복귀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미복귀한 전공의 1만2662명(11일 기준) 중 대부분이 결국 사직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교수들이 파악하는 내용도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세원 서울대병원 교수는 이날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저희가 전해들은 바로는 사직 전공의 95%가량은 의사에 변함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사직 수리 시점' 아직 물음표…정부 "6월" vs 전공의 "2월"

남은 문제는 '사직서 수리 시점'이다. 주요 수련병원은 아직 해당 시점 관련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정부가 고수한 '6월4일 이후'로 결정됐다고 본다. 정부는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전공의들은 올해 2월을 기해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사직 시점은 2월이라고 반발해왔다. 이들은 정부 기준대로 사직이 처리될 경우 올 2월 이후 병원 이탈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퇴직금 등 재정적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일부 병원은 사직서 수리 시점을 '6월4일 이후'로 처리하되, 전공의들에게 원하는 날짜를 정하게 하거나, 아예 이날 기준으로 처리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인턴이나 레지던트 1년차 등 지난 3월에 수련을 시작해야 했던 신규 전공의의 경우, 수련을 시작하지 않았으므로 2월 말을 기준으로 사직서를 수리하는 등 임용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대 증원과 전공의 사직처리 등을 두고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9월 채용서 '지역 제한' 푼다…의학계 "지방의료 파탄" 반발

또 다른 변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다. 정부는 올 9월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한해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수련규정 제한을 풀어줬다. 또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최대한 유인하기 위해 권역별 제한을 풀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방의대 사직 전공의들도 수도권 대형병원에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중증·희귀 환자를 대처하는 대형병원에 전공의 수혈을 원활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에선 필수·지역 의료가 더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기피과에서 인기과로,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혹은 전문의 대신 일반의(GP)로 전공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수련병원장들 또한 "지방 병원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 지역 의료에 더 큰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에 '권역 제한'을 요청했다.

대한의학회는 "9월 모집에서 일부 전공의가 돌아오는 상황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현 상황에서 지방 전공의 또는 소위 비인기과 전공의가 대형병원 또는 인기과로 이동 지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어 지방 필수의료의 파탄은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도 지적됐다. 대한의학회는 "선발이란 공정성을 담보로 해야 하는데 졸속으로 처리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면서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 주기를 충심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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