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언론장악 돌격대 ‘공언련’…발기인 이진숙∙고문 김장겸

박강수 기자 2024. 7. 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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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①
5개 언론사 공동기획
정권 출범 직후 설립 ‘인력풀’ 역할
공직·방송사 인선까지 영향력 키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언론장악’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한겨레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시작합니다.

“이 정도로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정말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평소 많이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화방송(MBC) 민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21년 10월6일 정권교체국민행동이란 단체 주최의 토론회에서 나온 유일한 언론 분야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질문자는 당시 이 단체의 대변인이었던 이진숙씨. 그는 제도적으로 여권에 크게 기울어진 공영방송 지배구조 탓에 어느 쪽이 집권해도 ‘친정권·편파 방송’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방송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후보의 입장을 말해달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편향된 공영방송’이라는 전제와 ‘민영화’라는 해법에 모두 공감을 표했다.

“이승만·박정희를 잇는 대통령 윤석열”

지난 4일 윤석열 정권의 세번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로 낙점받은 이진숙 후보자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다. 2021년 8월 캠프 언론특보로 임명됐다가 일주일 만에 해촉됐고, 얼마 뒤 위 토론회가 있고 나서 ‘시민사회 총괄본부 대변인’으로 다시 부름을 받았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뛰었다. 2022년 3월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는 “반드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해야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라고 기자회견문을 읽었고, 윤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유튜브 ‘시사포커스티브이(TV)’ 채널에 출연해 “(윤석열은) 이승만·박정희를 잇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6월7일 자유총연맹 10차 토론회 자리에서 “중립적인 인물이 공영방송 사장으로 와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문화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려면 중도적이고 중립적인 인물이 사장으로 와야 할까, 아니다”라며 “지금 문화방송, 한국방송(KBS), 와이티엔(YTN)에는 문재인 정권 때 좌편향된 민(주)노총 방송, 언론노조 방송을 정상화할 인물이 사장으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선 전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공영방송 민영화에 관한 입장을 물으며 ‘누가 집권하든 편향된 방송이 된다’는 우려를 표명했을 때와는 사뭇 상반된 발언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한 방통위원장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이 후보자를 두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에 임무를 완수할 적임자”라고 평했다. 야당과 언론계에서는 이 후보자에게 주어진 그 임무가 오는 8∼9월 임기 만료를 앞둔 문화방송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권 우위 구도로 재편하는 작업이라고 본다. 이 후보자 역시 후보 지명을 받은 날 소감을 밝히며 “마땅히 새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임기가 끝난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공언련, 재야에 구축한 ‘우파 진지’

이 후보자 발탁의 의미를 짚으려면 ‘윤석열 캠프 인사’, ‘방송사 출신’이라는 점 외에 다른 층위도 봐야 한다. 이 후보자는 대전문화방송 사장을 끝으로 방송사를 떠난 뒤 꾸준히 정치권 문을 두드리는 한편, 보수 성향의 언론·시민 단체에 몸담았다. 바른언론인모임 대표를 지냈고 이 단체가 속한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 창립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7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좌파들은 약 40년간 차곡차곡 입지를 다져왔는데, 우파는 그런 개념이 없다. 최근 공언련 등이 생겼고 저도 일부 소속돼 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공언련은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10일 설립된 언론단체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2021년 11월 한국방송 직원연대, 문화방송 노동조합 등 각 방송사 보수 성향 노조와 시민단체가 꾸린 ‘20대 대선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특히 언론 분야에서 현 정부의 강력한 지지세력이자 인력풀 구실을 하고 있다.

공언련과 현 정부·여당의 우호적 관계는 여러 방면에서 확인된다. 2022년 6월 공언련 창립식에 참석한 박성중 당시 국민의힘 의원(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여기 계신 여러분 덕택에 대선도 이길 수 있었고, 이번 지방선거도 이길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드린다”고 했다.

지난해 4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술인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 공동대표(왼쪽)와 오정환 문화방송(MBC) 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이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를 기다리고 있다. 뒷줄 가운데는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 연합뉴스

공언련 가맹 단체들은 2022년 7월 감사원에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10월에는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냈다. 수사와 기소가 이어졌고 한 위원장은 해임(지난해 5월30일)됐다. 한 위원장이 물러난 뒤 방통위는 김효재 직무대행, 이동관 위원장 체제를 거치며 공영방송 이사 해임·임명, 와이티엔 민영화 등 굵직한 안건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지난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때도 공언련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나 정부 여당을 비판한 보도에 집중 민원을 넣으며 선방위의 역대급 과잉제재·표적심의 논란에 조연으로 나섰다. 당시 접수된 단체 민원은 전부 공언련에서 낸 민원이었다.

YTN 사장부터 방심위 자문위원까지

공언련의 영향력은 각종 언론·미디어 관련 공직과 방송사 인선까지 이어진다. 돋보이는 곳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다. 방심위는 대통령이 위촉하는 심의위원 외에도 내부에 특별자문위원회를 두는데, 이들의 임명권은 방심위원장에게 있다. 지난해 9월 류희림 위원장 취임 뒤 방심위에는 공언련 출신 인사 8명이 진출했다. 권익보호특위(황승경), 광고자문특위(지연옥·이홍렬), 통신자문특위(장옥님), 명예훼손분쟁조정부 위원(홍세욱·강태욱), 선방위(권재홍·최철호) 등이다. 이들은 공언련 창립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거나 공언련에서 전현직 이사를 맡았다.

이 밖에도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인 구종상 동서대 교수, 한국방송의 이석래·이은수 이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평가위원을 지냈던 정화섭 공정미디어연대 대표 등의 이름을 공언련 발기인 명단에서 찾을 수 있다. 유진그룹 인수 뒤 구성원들의 반대 속에 와이티엔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백 사장 역시 공언련 초대 이사장 출신이고,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22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장겸 전 문화방송 사장은 공언련에서 고문을 지냈다. 이처럼 공언련, 새미래포럼, 미디어미래비전포럼 등 보수 언론단체 출신 인사가 포진해 있는 윤석열 정부 산하 기관은 60여곳으로 파악된다.

종합하면,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공언련 등 신생 보수단체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검찰 고발이나 국민권익위원회 신고, 감사원 감사 청구 등 활동으로 전임 정권에서 임명한 방송·미디어 정책 기관 인사들을 흔들었다. 단체 출신 공직자도 다수 배출했다. 15일 방통위는 한국방송과 방문진 이사 공모 지원자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방송에 53명, 방문진에 32명이 지원했다. 공동취재팀 분석 결과 이 중 공언련 관련 인물은 7명이고 공언련과 유사한 활동을 벌여온 단체 인물까지 확대하면 16명에 이른다. 방통위는 오는 19일까지 이들 지원자에 대한 국민 의견을 접수한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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