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교사가 단단하게 학급을 경영한다”

한겨레 2024. 7. 15. 1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래학교’ 최선경 교장 인터뷰
꿈 응원하고 성장 지원하는 네트워크
‘체인지메이커’ 관심 있는 교사 주도
정기모임 갖고 교사 주체성도 키워
고전 읽기·주제발표 통해 교사 성장
‘고래학교’는 교사들이 모여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자발적인 모임이다. 고래학교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 교사들. 최선경 교사 제공

학위도, 학사모도, 전문 강사도 없다. 서로가 서로의 교사가 되어 이끌고 지지하며 성장할 뿐이다. ‘고래학교’는 교사들이 모여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상호 성장을 지원하는 자발적인 네트워크 모임이다. 고래학교라는 이름에는 고(Go!), 래(Future), 학교(school)의 의미가 담겨 있다.

2019년 2월 문을 연 고래학교에는 해마다 자발적으로 전국에서 교사들이 모인다. 소속 학교도, 연차도 다르지만 현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성장하고 싶다는 목표만은 같은 이들이다. 고래학교를 통해 교사들은 주도성을 키우고 서로를 지지하면서 내면의 힘을 키운다. 그렇게 함께하며 키운 내면의 힘은 결국 아이들을 흔들림 없이 이끌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

24년차 중학교 영어교사이자 고래학교를 만든 최선경 교사는 지난 2016년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아쇼카의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접했다.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라는 단어는 ‘체인지’(change)와 ‘메이커’(maker)의 합성어로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평소에도 자기 성장과 발전에 관심이 많던 그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 이를 퍼뜨리며 세상에 기여하는 것을 강조하는 체인지메이커 교육관에 매료됐다.

교실에서도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교과 공부를 하기보다는, 주도성을 갖고 자신들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체인지메이커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확신이 선 최선경 교사는 대구시교육청을 통한 공문으로 체인지메이커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을 모았다. 해당 모임을 눈여겨본 장학사를 통해 2018~2019년에는 교육청 예산을 받는 정식 연구회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모임의 지속성과 자발성을 고민한 끝에 2019년, 정식으로 고래학교의 문을 열었다.

고래학교는 1년 단위로 회원을 모집하지만 기본 커리큘럼은 3년 과정으로 이뤄졌다. 정기 모임을 비롯해 인문 고전 읽기 모임, 새벽 기상 모임, 습관 인증 모임, 글쓰기 모임 등 프로그램 형태도 다양하다. 고래학교의 커리큘럼을 주도하고 이끄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고래학교 회원인 교사들이다.

유명 강사를 초청해 일방적으로 강연을 듣기보다는, 서로의 재능을 기부하고 모임을 이끌기도 하면서 교사 스스로 주체성을 키워나간다. 멤버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하루를 여는 긍정 문구부터 유용한 자료, 어렵고 힘든 일에 대한 토로와 공감까지 다양한 대화가 자유롭게 오간다. 1년에 1번 이상은 자신의 관심사나 강점을 살린 주제 발표도 진행한다. 주제는 교사가 자유롭게 정한다.

최선경 교사는 주제 발표를 통해 교사의 변화를 확인할 때가 많다면서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던 선생님들이 점점 자신감을 갖고 발표 시간도 길어지는 게 보인다”며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위기에서 조금 부족해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실패하면 방법을 바꾸어서 다시 해보면 된다”라며 고래학교라는 안전지대에서 내면의 힘을 키워가는 교사들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실제로 고래학교를 만나기 전에는 명예퇴직을 늘 염두하고 다니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금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교육을 펼치며 고래학교의 홍보대사를 자청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교사가 이끄는 학급 경영의 변화로 이어진다.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철학대로 교실을 이끌 힘이 생기고, 아이들에게 주도성을 기르는 교육도 펼칠 수 있다. 결국 고래학교는 당장 먹히는 학급 경영 노하우를 익히는 게 아니라 교사가 먼저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괜찮은 사람이 괜찮은 교사가 되고, 괜찮은 교사가 괜찮은 아이들을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최선경 교사(고래학교 교장)와의 일문일답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도성이 교육의 키워드인 시대다. 비록 조금 부족하고 서투른 부분이 있다고 해도 자신감을 가지고 시도해볼 때, 아이들은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일방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무력한 생각을 갖기 쉬운데, 수업의 결과물이 실제로 사용된다고만 해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서 악기를 배울 때 혼자서 백 번 연습만 하는 것보다는, 무대에 한 번 서는 경험을 통해 더 성장하려는 마음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책이나 영상을 제작하는 활동도 많이 한다. 이외에도 감사일기 쓰기,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요약하기, 명언 써서 공유하기 등의 활동을 꾸준하게 실천하면서 루틴화하려고 한다. 공부는 곧 습관이기도 한데, 중학교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생활 습관이 잘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많다. 좋은 습관을 키우다 보면 그 바탕에서 주도성도 자랄 수 있다.”

- 앞으로 고래학교의 계획은 무엇인가?

“고래학교는 주변의 교사들과 좋은 영향력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모임이다. 이런 영향력이 넓게 퍼져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고래학교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각자의 영역, 각자의 지역에서 각자의 고래학교를 만들고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런 씨앗을 뿌린다는 마음으로 고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고래학교를 거쳐간 선생님들 중에는 본인만의 영역을 찾아서 열심히 교육 활동을 하는 분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퇴직 때까지는 공교육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며 고래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퇴직 후에도 고래학교는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동시에 집필 활동도 계속하려고 한다. 올 하반기에는 공저 ‘주도성’(교육과 실천, 2023) 후속으로 ‘학생 주도성을 돕는 프로젝트 수업(가제)’ 책과 청소년을 위한 인문 고전 필사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이 하나의 수련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은 꾸준히 하고 싶다.”

박은아 객원기자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