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 공방…LS전선 "명백한 범죄" vs 대한전선 "탈취없었다"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기술을 부정하게 입수했다는 의혹을 두고 경찰이 연이어 압수수색을 벌인 가운데 양사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 설비 등의 배치를 의미하는 '레이아웃'의 탈취 여부가 핵심이라고 주장하며 위법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반면 대한전선은 레이아웃은 핵심 기술이 아니며 자체 기술로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했다고 반박했다. 경찰 수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역시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LS전선은 15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LS전선의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혐의로 건축설계회사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가운건축)를 압수수색 했다. 가운건축은 20년 이상 LS전선의 케이블공장 건설을 담당한 업체다. 경찰은 가운건축을 통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기술이 대한전선에 넘어갔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가운건축에 이어 가온건축이 설계한 대한전선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 대한전선 본사를 연이어 압수수색했다.
LS전선은 이번 사건 핵심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LS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납품한 적이 있다고 하는 해저케이블은 1~2㎞ 수준의 짧은 케이블에 불과하다"며 "수십㎞, 수천톤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와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설비와 레이아웃은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정립하며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LS전선도 설비를 맞춤 제작했으며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1~4동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R&D(연구개발) 투자와 실패 비용을 들여 제조 노하우를 쌓았다고 했다. 아울러 LS전선은 가운건축에 공정 설비 배치를 위해 각 설비 크기·중량·특징 등을 명시한 도면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금액이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며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도 동일한 설비 제작과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전선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지만 LS전선의 확인되지 않은 추측에 기반한 입장문에 대해 사실관계를 밝힌다"며 입장문을 냈다.
대한전선은 우선 해저케이블 공장 레이아웃은 핵심 기술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해저케이블 설비는 생산 능력, 공장 부지 형태·크기, 부두 위치 등을 고려해 레이아웃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는 핵심 기술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해외 공장은 경쟁사 공장 견학을 허락하고 있으며 홈페이지 등에 설비 배치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전선은 LS전선의 영업비밀을 탈취하거나 활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가 수십년 동안 케이블을 제조하며 쌓은 기술력과 해저케이블 관련 연구를 기반으로 공장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수십 번의 내부 검토와 연구를 거쳐 최종 레이아웃을 결정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공장을 건설했다고 밝혔다.
가운건축은 경쟁입찰을 거쳐 공정하게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공장 설계 경험이 있는 다수의 설계 업체 중 정성·정량 평가를 거쳐 선정했다"며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경쟁사 계약 금액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대한전선은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LS전선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대한전선의 시장 진입을 방해한다면 해저케이블과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국 등 해외업체로부터 우리 케이블 시장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발행하지 않도록 과도한 여론전을 자제해 줄 것을 경쟁업체에 요청 드린다"며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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