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카르텔 추적]① 윤석열의 언론장악과 ‘이진숙 카드'

연다혜 2024. 7.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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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IN,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시작합니다. - 편집자주

2024년 7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새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지명했다. 김홍일 전 위원장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스스로 사퇴한 지 이틀 만이다. 윤 대통령 계획대로 간다면 이진숙 지명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2개월 만에 무려 4번째 방통위원장이 된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리가 됐다.

윤석열 정부 이전에는 일반 국민에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기구와 위원장 자리가 이처럼 주목받게 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방송사 인허가, 공영방송 매각 등의 업무뿐만 아니라 현 정부 들어 검열 기구로 변했다는 비판을 받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예산 등도 감독한다.

윤석열과 이진숙의 인연은 지난 2021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돼 한 토론회에 나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10월 6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서 열린 ‘정권교체국민행동’ 주최 토론회에 윤석열 후보는 초청 연사로, 이진숙은 언론 분야를 질의하는 패널로 나왔다.

이진숙 “MBC 민영화 입장이 뭐냐” 윤석열 “민영화가 답”

‘정권교체국민행동’ 대변인, 그리고 바른언론인모임 대표 직함으로 토론회에 나온 이진숙은 윤석열 후보에게 친여 친정권 방송, 공영방송 편향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 이런 의견을 제시를 하는데 윤 후보께서는 입장이 어떠신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진숙 / 전 MBC 보도본부장

이런 정도로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정말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평소에 좀 많이 합니다. 
- 윤석열 /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후보

당시 윤석열 후보와의 이 문답은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이진숙 방통위원장 지명자는 MBC 기획홍보본부장이던 시절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지분 매각을 직접 논의했다가 큰 논란을 빚었던 당사자이기 때문에 지금 MBC 이사회 격인 방문진 이사진 교체 시기와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답변에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제가 집권하면 그냥 놓겠습니다. 여기다가 사장 누구 지명하고 이렇게 안 하고요. 언론 이쪽에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 또 가장 그야말로 존경받는 분 어디 위원회 구성해서 그런 분을 누가 봐도 어떻게 보면 제 얼굴이랑 똑같은 거죠. kbs 사장을 누굴 시키느냐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키거나 저 그런 거 안 할 겁니다. 언론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유능하다고 하는 분 그 분을 딱 올려놓고 알아서 하십쇼 이렇게 하는 것이 제일 우선이 아닌가.
- 정권교체국민행동 주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묻다’ (2021년 10월 6일)

이진숙 “MBC 사장 중도적⋅중립적⋅신사적 안 돼”, “윤석열 찍어 정권교체” 발언

이에 앞서 이진숙 지명자는 대전MBC 사장을 그만둔 뒤, 2019년 자유한국당 총선 인재로 영입됐다. 그는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예비후보(대구시장 후보)로 등록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진숙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앞장섰다. 2022년 대통령 선거일 6일 전인 3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정권교체국민행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을 찍어야 정권교체, 다른 후보 찍으면 정권 연장"이라며 윤석열 후보 지지를 독려하는 성명을 낭독했다. 

▲ 이진숙 바른언론인모임 대표가 2022년 3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정권교체국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성명을 낭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자유총연맹 주최 토론회에서 좌파⋅민주노총⋅언론노조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무너진 공영언론, 기울어진 문화권력 지평을 바로 세워줄 사람"이 MBC 사장이 돼야 한다며 “중도적이다, 중립적이다, 신사다, 점잖다, 그런 사람(은 MBC 사장으로)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 여기 계신 참석자 여러분들께 묻습니다. 이제 MBC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하면 중도적인 중립적인 인물이 사장으로 와야 되겠죠? 자 안 됩니다라고 얘기하신 분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정답입니다. 안 됩니다라고 얘기하신 분이. 왜 중도적이고 중립적인 인물이 안 되냐 하면 이거 프레임입니다. 여러분 지금  mbc나  kbs, ytn 이른바 공영방송에 사장으로 와야 하는 인물은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지 아십니까 여러분? 문재인 정권 때 대단히 좌로 편향되게 만든 그 방송 이른바 그 공영방송, 민노총 방송, 언론노조 방송으로 만들어 놓은 그걸 정상화시킬 인물이 사장으로 와야 합니다. 여러분 그 말의 프레임에 속아 넘어가시면 안 돼요. 우리가 사장을 선임할 때 방송 관련 문화 권력 관련한 정책 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할 분들은 지금 무너진 공영 언론 또 우리가 기울어진 문화권력 지평을 바로 세워줄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중도적이다 중립적이다 신사다 점잖다 그런 사람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 10차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안보 대국민 토론회(2023년 6월 7일) 이진숙 발언 중

이런 행보를 보였던 이진숙 씨가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과 방송사 감독을 총괄하는 자리에 지명된 것이다. 그는 지난 4일 방통위원장 지명 소감에서 MBC, KBS, EBS 등 공영방송 3사의 이사진 개편을 언급했다. 

조만간 MBC, KBS, EBS 등 공영방송사의 이사 임기가 끝납니다. 이상 임기가 끝나면 마땅히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합니다.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자 지명 소감 중

KBS, 방문진 이사 후보에 ‘공언련’과 유사 단체 관련자 다수 지원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늘(7월 15일) 지난 11일 공모를 마감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 지원자 명단을 공개했다.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위해서다. 최종 마감 결과 KBS에 53명, 방문진에 32명이 지원했다.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 분석 결과 이 중 ‘공언련’, 즉 공정언론국민연대라는 단체 관련 인물이 모두 7명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언련과 유사한 활동을 하는 보수 단체 관련 인물까지 집계를 확대하면 모두 16명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이진숙 씨도 바로 이 공언련과 그 전신인 ‘국민언론감시연대’ 둘 다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 지명자는 또 공언련 참여단체인 ‘바른언론인모임’이라는 단체 대표로도 활동했다.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핵심 플레이어,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진숙 지명자가 ‘바른언론인모임'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본격 활동을 시작한 건 20대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되던 2021년 6월경이다. 국민의힘이 지원했던 ‘20대 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에 ‘바른언론인모임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여했고, ‘정권교체국민행동’이라는 단체의 대변인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시민사회 진상규명조사단’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20대 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을 비롯해 비슷한 시기 설립된 여러 언론관련 보수단체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공영방송 사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았던 인물이 대거 참여했다. 언론노조 KBS, MBC와 궤를 달리한 ‘KBS직원연대’와 ‘MBC노동조합’ 등에도 참가했다. 

이들은 선거 기간 동안 논평을 내는 것부터 공영언론 관련자를 고소 고발하거나 감사 청구 등을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10일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은 ‘공정언론국민연대'로 이름을 바꿔 재출범했다. 감시단에 참여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간부들은 ‘국민언론감시연대(공정언론국민연대의 전신)'와 ‘공정언론국민연대'의 발기인 등으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진숙도 두 조직에 모두 발기인이었다.

① 선거방송 모니터링해 민원 넣고 표적 심의⋅제재

공언련은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방송 모니터링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MBC 시사 보도 프로그램 등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민원을 넣었다. 당시 선방위에 접수된 정당⋅단체 민원 181건이 모두 국민의힘과 공정언론국민연대에서 제기한 것이다. 

공언련 관련 인사가 2명(권재홍 공정언론국민연대 2기 이사장,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 1기 상임대표) 포함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역대급 법정 제재를 남발하며 표적 심의, 과잉 제재 논란을 빚었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1마이크로그램까지 내려간 날 숫자 1을 화면에 띄웠던 MBC 날씨 보도에 최고 수준의 징계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것이 대표적인 정치 심의 사례다.

▲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방송사 민원 중 단체 민원 100%를 공정언론국민연대가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②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대거 접수

뉴스타파 취재로 알려진 류희림 방송통신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에도 공정언론국민연대 관련 인사들이 대거 등장한다. 지난해 9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를 심의하고 제재하라는 민원이 쏟아졌는데, 이 민원 대부분이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 전 직장 관계자, 류 위원장이 활동한 각종 단체 소속 인사가 낸 것으로 드러났다. 

허종환 공언련 사무총장을 비롯해 석우석 대외협력단장 등 최소 14명 이상의 공언련 관련자가 이 같은 민원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공언련 관계자들 똑같은 내용의 민원을 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뉴스타파가 전 언론노조위원장이었던 신학림씨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받은 당시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가짜뉴스를 마치 사실처럼 보도한데 대해 방심위가 제대로 심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허종환 공정언론국민연대 사무총장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뉴스타파가 전 언론노조위원장 이었던 신학림씨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받은 당시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가짜 뉴스를 마치 사실처럼 보도한데 대해 방심위가 제대로 심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석우석  공정언론국민연대 대외협력단장

③ 공영방송 이사 해임 촉구 성명⋅기자회견⋅수사기관 고발

공언련은 출범 이후 줄곧 공영방송 이사회 및 공영방송 경영진을 겨냥해 해임을 촉구하거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공언련 참여 단체들이 2022년 7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감사원에 감사 청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감사원 감사는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공언련은 2022년 11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직 상임위원, 실무자 2명 등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한 위원장은 다섯 차례 압수수색 이후 결국 면직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했던 한상혁 위원장의 면직으로 공석이 된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엔 이동관이 임명됐다.

공언련은 또 2023년 2월 윤석년 KBS 이사 사퇴 촉구 성명을 여러 차례 냈고, 2023년 6월에는 윤석년 이사를 제외한 KBS 야권 이사 6명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해서도 공익감사를 청구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후 권태선 이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해임됐지만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해임 처분이 집행 정지돼 자리로 복귀했다. 정연주 위원장의 해촉을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한 다음 날 후임 방심위원으로 류희림 ‘미디어연대’ 대표를 위촉했다.

공언련 등 보수언론단체, 국민의힘과 끈끈한 관계

공언련은 국민의힘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22년 6월 10일 공언련 창립대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축사에서 이렇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여기 계신 여러분 덕택에 대선도 이길 수 있었고 이번에 지방선거도 이길 수 있었다. 이번 대선에 이길 수 있는 것도 여러분이 이렇게 노력해 줬기 때문에 서울에서 31만 표를 이겼기 때문에 전국에 겨우 23만 표를 이겼습니다. 이번에 지방선거 우리가 압승할 수 있었던 것도 여러분 덕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공언련은 지난 1월 ‘미디어 X’라는 제호의 자체 매체를 창간했다. 창간기념식엔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명의 화환과 함께 “공정언론 구현을 위한 인터넷 미디어 감시와 비평의 미디어 X 활약을 기대하며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도 서면으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황인 때에 미디어 X가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추적해 고발하는 어려운 역할에 앞장서 주신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고, 당시 국민의힘 박성중, 윤두현 의원 등도 축전을 보냈다.

뉴스타파 등 5개 언론사 공동취재팀은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보도를 오늘부터 함께 이어 나간다.

뉴스타파 연다혜 dahy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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