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연결고리? 이진숙·김장겸·김백의 공통점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①]
5개 언론사 공동기획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
윤석열 정부와 보수시민단체 연결고리… '언론장악 첨병'
"MBC 사장 중립적 인사 오면 안돼" 이진숙 후보 말말말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이진숙 “MBC 민영화 입장이 뭐냐” 윤석열 “민영화가 답”
2021년 10월6일. 보수 성향 시민단체 '정권교체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이런 정도로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민영화가 답인가 하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한다”고 말했다.
패널로 나온 이진숙 당시 정권교체국민행동 대변인이 “누가 공영방송 사장이 되더라도 친정권 방송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선 MBC 민영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제가 집권하면 (공영방송을) 그냥 놓겠다”면서 “사장 누구 (마음대로) 지명 안하고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 시킨다든가 그런 거 안 한다. 언론 이쪽에 오래 일하셨던 분, 그야말로 존경받는 분에게 '알아서 하십쇼' 맡기는 게 우선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이승만 박정희에 이어 능력 발휘할 대통령”
이후 이진숙 대변인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선다. 이진숙 대변인은 '정권교체국민행동' 대변인 겸 '바른언론인모임' 대표 신분으로 2022년 3월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자 “통 큰 결단으로 국민적 요구에 응답한 것에 환영한다”며 “윤석열을 찍어야 정권 교체. 다른 후보 찍으면 정권 연장”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이진숙 대변인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국민의힘 소속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한다. 2022년 3월25일 유튜브 '시사포커스TV'에 후보자로 출연한 이진숙 당시 후보는 정치 입문 계기로 “대한민국이 민노총의 나라가 돼버렸다”면서 “민노총, 전교조 대한민국의 정신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문화권력이 완전히 좌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 대표적인 조직 기반 중 하나가 MBC”라고 했다.
이진숙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서 탁월한 리더십 발휘하지 않았나”라며 “본인이 스스로 이야기한대로 사람에 충성 않고 대한민국 국민에 충성하겠다, 그런 투철한 정신만 가지고 있으면 정말 대한민국의 소신 있는 프로페셔널리즘 대통령,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능력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사장? 중립적, 점잖은 사람 오면 안 돼”
MBC 사장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중립적 인물이 와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2023년 6월7일 한국자유총연맹 10차 토론회에서 이진숙씨는 청중들에 “MBC를 국민들에 돌려주려고 하면 중도적인, 중립적인 인물이 와야 되겠죠”라고 물은 뒤 “'안됩니다'라고 하신 분 누구냐. 정답이시다. 지금 공영방송엔 문재인 정권 때 대단히 좌로 편향되게 만든 민노총 방송을 정상화시킬 인물이 사장으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무너진 공영언론, 또 기울어진 문화권력 지평을 바로 세워 줄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중도적, 중립적 신사 점잖다 그런 사람 안 된다”고 말했다. 청중들은 이씨에 환호를 보냈다.
이진숙 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자는 2021년 8월26일 윤석열 대선 캠프 언론 특보로 합류했다가 일주일 만에 캠프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해촉됐다. 그러다 2021년 10월17일 다시 윤석열 캠프 대변인(시민사회총괄본부)에 영입됐다.
캠프 활동 외에도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도 뛰어들었다. 이진숙 후보자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는 각종 성명과 방송심의 민원 등을 통해 정부·여당의 언론 관련 정책에 '플레이어'로 참여했다.
그런 이진숙 후보자가 방송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일까. 지난 9일 국회에 보낸 방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놓고 “언론인 출신으로서 방송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만큼,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 시기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했다.
언론 정책 핵심 '플레이어' 공언련… KBS 이사에도 침투
이진숙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되면 곧 임기가 만료되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 선임을 총괄하게 된다. 이진숙 후보자는 지난 4일 지명 소감에서 “(공영방송 이사) 임기가 끝나면 마땅히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바른언론인모임 대표와 공언련 발기인 등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15일 공개된 KBS와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자 중 이러한 시민단체 관련 인사는 몇 명이나 될까.
KBS 이사 지원자 수는 53명이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그중 11명이 보수 성향 시민단체 활동 이력이 있는 자들이었다. 전용길·이인철·황승경·지연옥은 공언련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재윤·정화섭은 공언련 대표 및 이사를 지냈다. 이외에 신창섭(자유언론국민연합), 박기완(대한민국언론인 총연합회), 유애리·황근(새미래포럼), 허엽(바른언론시민행동) 등도 시민단체에서 활동했으며 단체가 서로 겹치는 경우도 많았다. 방문진 이사 지원자 32명 중에도 윤길용(새미래포럼), 차기환(바른언론시민행동)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 이력이 있는 인원이 2명 이상 존재했다.
윤석열 정부와 공언련 '언론장악' 연결고리, 감사와 고발
2022년 6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출범한 공언련은 '언론장악' 비판이 나온 현 정부의 언론 대응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방통위와 방심위원,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 일부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하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검찰청 고발 등을 통해 기존 인사들을 솎아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 임명·위촉할 수 있게 길을 만들었다.
KBS노동조합 등 단체들은 2022년 7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감사원에 감사 청구했다. 이들이 청구한 감사원 감사는 2022년 9월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수차례 압수수색 후 한상혁 위원장은 2023년 5월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해임안이 재가됐다.
2022년 6월10일 공언련 창립대회에 참석한 박성중 당시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는 “여기 계신 여러분 덕택에 대선도 이길 수 있었고 이번 지방선거도 이길 수 있었다. 이 자리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2024년 1월 공언련 창간 매체 '미디어X' 창간식 때는 윤석열 대통령이 화한을 보내며 “공정언론구현을 위한 활약을 기대하며 응원한다”고 했고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도 서면으로 축사를 보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기, 박성중·윤두현 등 국민의힘 의원은 축전 영상을 전했다.
이외에도 공언련은 언론보도 모니터링을 통해 주기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민원을 넣어 방송사 '표적심의'에 근거를 마련해왔다.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이 나왔던 뉴스타파 인용보도 심의 민원에도 공언련 소속 인물이 14인 포함돼 있다. '역대급' 법정제재를 기록한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선 지난 3월 기준 정당·단체 민원 181건이 모두 국민의힘과 공언련에서 제기한 것이었다. 22대 총선 선방위가 의결한 30건의 법정제재 중 20건은 MBC(지역MBC 포함)를 향했다.
언론장악 '첨병' 활동 후 관련 기관 '빈자리' 찾아가는 패턴
고대영 전 KBS 사장과 길환영 전 KBS 사장, 김장겸 전 MBC 사장까지. 공언련 발기인 및 고문들은 대부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사장 혹은 임원을 맡았던 사람들이다.
이 중 김장겸 전 MBC 사장은 공언련 고문,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공동대표 등의 직함을 갖고 국민의힘 포털TF위원장, 가짜뉴스 괴담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정당 관련 활동을 넘나들었다. 김 전 사장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 자리를 받아 현재 국회 과방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언련 출신 인사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곳 중 하나는 방심위다.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방심위 산하 위원회에 공언련 발기인 등 모두 8명(황승경·홍세욱·강태욱·지연옥·이홍렬·장옥님)이 위원으로 진출해 있다. 선방위엔 공언련 임원 출신 2인(권재홍·최철호)이 직접 선방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4월 YTN 사장으로 취임한 김백 사장 역시 공언련 이사장 출신이다.
이외에도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인 구종상 동서대 교수, KBS 이석래·이은수 이사, 한국콘텐츠진흥원 평가위원을 지냈던 정화섭 공정미디어연대 대표 등의 이름도 공언련 발기인 명단에서 찾을 수 있다.
공언련, 새미래포럼, 미디어미래비전포럼 등 신생 보수 성향 단체 출신 인사들이 진출한 윤석열 정부 산하 기관은 약 60여 곳으로 파악된다. 공언련 등의 단체가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에 첨병으로 활동하고 관련된 언론기관의 빈자리로 찾아 들어가는 '패턴'이 발견된 것이다. 미디어오늘·뉴스타파·시사인·오마이뉴스·한겨레 등 5개 언론사 협업취재팀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와 그 배후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인물을 오늘부터 추적 보도한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 미디어오늘·뉴스타파·시사인·오마이뉴스·한겨레
취재 : 박재령·문상현·박강수·박종화·신상호·연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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