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집안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열 올리는 영풍 장씨家
고려아연, 영풍과 황산 관련 계약갱신 거절
영풍 소송 제기…"경영권 분쟁 심화 가능성"
영풍그룹 오너인 장씨 일가가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쥔 고려아연 지분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동업자 집안의 경영권 분쟁은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고려아연이 영풍과 20년째 이어 온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을 거절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고려아연의 계약 갱신 거절 등으로 고려아연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 계열사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 '폭풍' 매입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 고려아연 주주총회 이후 이날(15일)까지 영풍 측(특수관계인 및 계열회사 포함)은 고려아연 주식 총 8만1374주(0.4%)를 매입했다.
영풍 계열사를 통한 주식 매입만 5만9310주에 달한다. 특히 코리아써키트가 지난 4개월간 2만684주(0.1%)를 매입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영풍 그룹의 계열사로, 장형진 영풍 고문의 장남인 장세준 부회장이 대표로 있다. 테라닉스도 같은기간 2만643주를 매입했다. 테라닉스는 영풍(41.6%), 코리아써키트(50.1%)가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지난 3월 고려아연 주주총회 당시 양측의 지분율은 팽팽했다. 장형진 고문 우호 지분(본인 포함)은 약 32.41%, 최윤범 회장의 우호 지분은 29.93% 수준이었다.
주주총회도 결과도 '무승부'였다. 현금배당은 고려아연(주당 5000원) 이사회 측 안건이, 정관변경은 영풍(정관 변경 반대) 측 안건이 통과됐다. ▷관련기사: 고려아연 주총, 예상대로 무승부… 갈등 불씨 여전(3월19일)
이후 서린상사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이 승기를 잡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양측 지분율이 팽팽한 가운데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면서다.
최 회장 측도 최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지만, 영풍 측에 비해 적은 규모다. 지난 4달여간 최 회장측이 매입한 고려아연 주식은 2만1917주(0.1%)로 영풍 측의 4분의 1 수준이다.
고려아연 주주총회 이후 최 회장이 고려아연 주식 8727주(0.04%), 최내현 켐코 회장이 5000주(0.02%)를 매입했다. 최내현 회장은 최윤범 회장의 사촌이며, 켐코는 고려아연 계열사다.
더욱이 최 회장이 경영을 맡은 후 사업적 제휴를 맺은 현대차그룹, 한화, LG화학 등 우호 지분을 제외하면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은 더욱 낮아진다. 최씨 일가와 고려아연이 실질 지배하는 계열사를 포함한 지분율은 15.62% 수준으로 영풍 일가(33.14%)에 크게 못 미친다.
고려아연의 '계약 갱신 거절'…"분쟁 심화"
이 가운데 고려아연이 영풍과 장기간 지속해 온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을 거절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아연 제련 사업을 영위한다. 영풍은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황산 파이프라인 등을 유상으로 이용해 왔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이다.
고려아연 황산취급대행 계약 중단에 따라 영풍 측은 사업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인 황산을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영풍은 "황산취급대행 계약을 1년 단위로 갱신하면서 지난 20년간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유지해 왔지만, 고려아연이 황산취급대행계약 기한(6월30일)을 불과 2개월 남겨둔 지난 4월 계약 갱신 거절을 통지했다"며 "고려아연의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의 진짜 이유는 경영권 분쟁에 있다"고 밝혔다.
영풍은 지난달 20일 고려아연의 계약 갱신 거절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 2일에는 그 후속 절차로 거래거절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의 사정을 배려해 유예기간 제공을 논의했으나 영풍은 7년 이상이라는 유예기간을 요구하며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황산 운송·저장 비용과 위험 부담을 고려아연에 떠안기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영풍이 최근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방지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2개월간 가동 중지 위기에 처하면서 고려아연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풍이 고려아연과의 황산취급대행계약이 중단될 경우 (아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폐수 배출 관련 60일 조업정지 처분에 대한 항소심에 패소하면서 가동 중단 우려도 제기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4년 전 세계 아연 초과 공급량 5만6000톤으로 전망된다"며 "연간 아연 40만톤 규모 석포제련소 생산 차질이 현실화 경우 글로벌 수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내수 매출 비중이 확대하고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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