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총 소지자들의 절친” 트럼프에게 되돌아온 총알···곤란해진 공화당

윤기은 기자 2024. 7. 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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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총을 맞은 뒤 피를 흘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당하면서 미국 내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간 전미총기협회(NRA)의 후원을 받으며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했던 공화당이 이번 피격 사건을 계기로 정책 노선을 전환할 것인지에 시선이 쏠린다.

14일(현지시간) 탐사보도 전문 매체 레버 등 미 언론은 공화당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무력화시킨 행보가 이번 사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 전역에서 로비 활동을 벌이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NRA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NRA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3000만달러(약 414억원)를, 2020년엔 450만달러(약 62억원)를 후원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NRA를 향해 구애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세 차례 NRA 행사에 몸소 찾아갔다. 그는 지난 5월 NRA 연례 회의에서 “백악관 내 총기 소유자들의 절친한 친구”라고 자칭했다. 지난 2월 NRA 행사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한 총기 규제를 모두 철회하겠다고 공약했다.

공화당은 수정헌법 제2조에 명시된 ‘무기 소장권’을 근거로 국민이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총기 소지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삼고 있다.

이번 암살 시도 사건이 일어난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공화당 주의원들이 올해 상정된 돌격소총 판매·사용 금지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주 하원에선 민주당이 다수이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이번 사건 이후 총기 소지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미국 칼럼니스트 헬렌 우비냐스는 지역신문 펜실베이니아 인콰이어러 기고에서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를 신으로 만들 게 아니다. 우리는 총에 충성을 맹세하는 행위를 멈출 것이라고 선언해야 한다”며 “이 나라에서 총기 폭력을 종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저 다음 공포를 기다리며 누워 있을 뿐이다”라고 적었다.

익명을 요구한 펜실베이니아 주의원도 “우리가 앞서 공격용 무기 사용을 금지했다면, 이 일(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은 다르게 끝났을지도 모른다”고 레버에 말했다.

공화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총기 소지권과 관련한 셈법이 복잡해졌다. 총기 소지를 적극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총기 판매 시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조치에 서명했으며, 총기 사용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가 불법 총기 소지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바이든 캠프는 선거 운동에서 총기 소지 관련 공약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전날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20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는 자신의 아버지가 구매한 AR-15 계열 소총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해 그 자리에서 비밀경호국 요원 손에 사살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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