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임신 중지’ 영상 올린 유튜버·의사 수사받는다

보건복지부, 살인 혐의로 경찰 수사 의뢰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했다고 주장하는 ㄱ씨 영상. 유튜브 갈무리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낙태) 수술을 했다고 주장하는 한 유튜브 영상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15일 보건복지부는 해당 영상 속 임신부 ㄱ씨와 임신중지 수술을 한 의사 ㄴ씨에 대해 지난 12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낙태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 진정을 넣었다. 영상에 나온 정황이 임신 34주차 낙태 수술에 대한 앞선 판례와 유사해, 해당 판례에서 적용된 살인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20대로 소개한 ㄱ씨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ㄱ씨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 세 곳을 찾았지만 만삭이라 임신중지 수술이 불가능했다며 초음파 검사를 하는 모습 등을 영상에 담았다. 이어 자신의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타 지역 병원 한 곳에서 수술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수술했다고 밝혔다.

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하면서 사실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ㄱ씨에게 임신부에게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어 해당 영상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앞서 지난 2021년 대법원은 임신 34주의 임신부에게 임신중지 수술을 해준 의사의 업무상촉탁낙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수술 과정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숨지게 한 살인 혐의는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통상 임신 37주부터는 언제든지 정상적으로 분만할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든다.

수사 의뢰를 접수한 경찰은 전문가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는 등 종합적인 사실 확인을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