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바가지’에 우는 신혼부부들… 권익위, ‘웨딩업체 갑질’ 주의보

지난 3월 19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웨딩거리에서 한 시민이 웨딩드레스가 입혀진 마네킹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예식장 이용료 ‘정가’를 실제 가격의 2배, 3배로 높여놓고 실제 가격대로 ‘할인’해 계약한 뒤, 계약을 해제하려 하니 정가의 20%를 위약금으로 내라고 한다.”

“예식장 식사 보증 인원을 대인(大人) 기준으로 하고 소인(小人)은 포함하지 않는다. 보증 인원 200명으로 계약했는데 하객으로 어른 180명, 아이 20명이 왔으면 180명만 온 것으로 계산해 200명치 식대를 다 내고 소인 20명치 식대를 추가로 계산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웨딩업체 관련 민원이 2021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3년간 정부 각 기관에 총 1010건 접수됐다고 15일 밝혔다. 올 1~3월에 접수된 민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늘었다.

예식장 업체에 관한 불만이 514건(50.9%)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예식장 이용 계약을 해제하려 하니 위약금을 과다하게 청구한다는 민원, 예식장 측이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이 낮다는 민원, 예식장 측이 본식 사진 촬영 등을 ‘끼워팔기’ 한다는 민원 등이 많았다. 한 민원인은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계약을 해제할 경우 위약금은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의 20%가 돼야 하는데, 예식장 측이 계약금과 총비용을 더한 금액의 20%를 위약금으로 요구한다”고 했다. 다른 민원인은 “정원이 꾸며진 것을 보고 예식장을 선택했는데, 예식 당일에 정원 조명이 켜지지 않았는데도 예식장 측이 사과도 보상도 않는다”고 했다.

그다음으로는 결혼 준비 대행업체에 관한 불만이 144건(14.3%)이었다. 결혼 설계사(이른바 ‘웨딩 플래너’)가 바뀌었는데 업체 측이 계약 해제를 거부한다는 민원, 업체 측이 연계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는 민원 등이 많았다. 한 민원인은 “특정 결혼 설계사와 결혼을 준비하고 싶어서 계약했는데, 결혼 설계사가 퇴사해 계약 해제를 요구했으나 업체 측이 계약 해제 사유가 아니라며 거부한다”고 했다. 이 민원인은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에서 결혼 설계사가 교체되면 상품의 성격 자체가 바뀌는 것인데, 환불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민원인은 “결혼 준비 대행업체에 잔금까지 모두 지불했는데 업체가 파산했다. 그러자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이른바 ‘스드메’) 업체들이 결혼 준비 대행업체로부터 돈을 받지 못했다며, 예약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돈을 새로 내라고 한다”고 했다.

사진 촬영 업체에 대한 불만도 143건(14.2%)이었다. 업체가 사진 촬영 결과물을 주지 않는다는 민원, 수정할 사진을 선택해 결제하고 나면 업체 측이 사진 매수를 바꾸지 못하게 한다는 민원, 추가금이 발생한다는 것을 업체 측이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민원이 주를 이뤘다. 한 민원인은 “본식 촬영 계약 당일에 전액을 내면 할인해준다고 해서 전액을 냈는데, 결혼식이 끝나고 나니 연락이 안 된다. 한 번뿐인 결혼식 사진·영상을 통째로 날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앨범 사진을 선택해 추가금을 결제하고 난 뒤 바로 전화해서 몇 장을 빼려고 했더니 부분 취소는 절대 불가라며 거부한다”는 민원도 있었다.

예복·한복 업체에 대한 민원 67건(6.6%)은 주로 웨딩 드레스 도우미 비용과 가봉 비용의 현금 결제를 요구하면서 현금영수증 발급은 거부한다는 내용, 도우미 비용 추가금 발생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웨딩 업체들이 요구하는 가격이 전반적으로 터무니없이 높다는 민원도 있었다. 한 민원인은 “결혼식을 평범하게, 하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만 하자는 마음으로 돌아다녀 봐도, 업체들이 부르는 가격이 굉장히 부담된다.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보면, 모든 업체들이 ‘코로나 이후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 추가금도 과다하다”고 토로했다.

권익위는 “최근 ‘웨딩플레이션’(결혼+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청년층의 결혼 준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권익위는 민원 분석 결과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전달해, 웨딩업체 소비자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한 업무 추진에 참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