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 20명 중 1명 소총 소유…고교엔 소총 동아리"

박재하 기자 2024. 7. 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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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범 사용 'AR-15'…미국에만 2000만정 풀려
美 100명당 120.5정 소지…학교엔 총기 동아리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던 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얼굴에 핏자국을 묻은 가운데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2024.07.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총격 사건으로 미국의 느슨한 총기 규제와 만연한 총기 문화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범이 그동안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AR-15' 소총을 사용했다는 사실과 지역 총기 클럽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터질 게 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국 USA투데이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범으로 지목된 토머스 매슈 크룩스(20·사망)가 범행 당시 AR-15 소총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AR-15는 한국 군필자들에게도 친숙한 M-16 소총의 민간 개량형으로 최대 분당 45발을 발사할 수 있는 소총이다. 무게도 군용 소총보다 가벼운 데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약 2000만 정이 미전역에 풀리며 미국인 20명 중 1명꼴로 이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AR-15는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조준경과 기타 액세서리로 맞춤 제작할 수 있다며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치명적인 사격을 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17년 10월 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오크스에서 열린 총기 쇼에 AR-15 소총이 전시되어 있다. AR-15는 13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태의 용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총은 지난 2012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대량 살상 사건 17건 중 10건에 사용됐다. 2024.07.15.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시온 기자

이 때문에 이 소총은 미국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며 각종 사건에 단골 흉기로 등장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7년 60여명이 사망한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등 2012~2022년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기 난사 17건 중 10건에서 AR-15가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문에 AR-15의 구매와 사용 등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익단체들의 강력한 로비에 규제 입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가장 강력한 총기 로비 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와 공화당은 그동안 총기의 자유로운 소지권을 명시한 수정헌법 제2조를 근거 삼아 총기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총격범이 문제라며 총기 규제 시도를 빈번히 좌절시켜 왔다.

다만 이번 사건을 단순히 AR-15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에 만연한 총기 소지 문화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미국 성인의 약 32%가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47%가 향후 총기를 소지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무기 조사 기관 '스몰암즈서베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은 100명당 120.5정의 총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슈퍼볼 우승 축하 퍼레이드 도중 총격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사진은 총격을 피해 달아나는 시민들의 모습. 2024.02.14/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아울러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18세 이상 성인이면 총기를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일부 주에서만 21세 이상이 돼야 총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미성년자가 총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범 크룩스의 고등학교에서는 소총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었으며 크룩스는 지역 내 총기 클럽의 회원이기도 했다.

크룩스가 자란 펜실베이니아주 베설 파크에서 총기 상점을 운영하는 브루스 피엔들은 총기는 이 지역 문화의 일부라며 "약 10마일(16㎞) 반경에 수많은 총기 클럽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러한 문제로 총기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자 급기야 미국의 공중보건 최고책임자인 비벡 머시 의무총감은 지난달 "총기 폭력은 긴급한 공중보건 위기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데 찬성할지는 미지수다.

공화당에서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크고, 이미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해 왔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돌리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워싱턴대의 정치역사학자인 매슈 달렉은 라디오자유유럽(RFE/RL)에 "초등학생들이 공격 소총에 살해된 사건이 총기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바꾸기 충분하지 않다면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총기 규제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이미 묻혔기 때문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견해가 바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받았다. 오른쪽 귀 부근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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