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개 대신 '염소고기'…복날, 텅 빈 보신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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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하도 안되니까, 원래 네다섯 명이던 직원을 줄여서 지금은 둘이 운영하고 있어요."
인근에서 또 다른 보신탕 가게를 운영하는 80대 김모씨는 "복날이라고 바쁜 것도 없다. 장사는 갈수록 안 된다"며 "(개고기 종식법을) 바꿀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걸겠지만 이미 다 끝났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심정"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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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도 따가운 시선 속에 눈칫밥
개 대신 흑염소 뜬다…가격 인상행렬
동물단체 "복날 문화 개선해야" 규탄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박동현 수습기자] “장사가 하도 안되니까, 원래 네다섯 명이던 직원을 줄여서 지금은 둘이 운영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30년 넘게 보신탕 가게를 운영해 온 60대 이모 씨는 “말도 마시라. 간판도 못 내놓겠다”며 “마치 범죄자가 된 기분”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그의 가게에서 식사하는 손님은 한두 테이블에 불과했고, 식당 한쪽에는 미처 팔지 못한 삶은 개고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인근에서 또 다른 보신탕 가게를 운영하는 80대 김모씨는 “복날이라고 바쁜 것도 없다. 장사는 갈수록 안 된다”며 “(개고기 종식법을) 바꿀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걸겠지만 이미 다 끝났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심정”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보신탕에서 식사하는 손님들 역시 눈칫밥을 먹고 있었다. 매년 복날이면 보신탕으로 체력을 보충해 왔다는 최모 씨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불편해서 주로 이층집으로만 골라 간다”며 “개고기를 먹는다며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 유튜브를 찍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가게 밖 행인들은 특유의 개고기 냄새에 코를 막았고 몇몇 외국인들은 진열된 개고기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개식용 종식법은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판매 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개를 식용 목적으로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다만 위반 시 처벌되는 건 유예기간 3년을 거쳐 2027년부터다.
흑염소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흑염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17일 기준 전국 산지 흑염소 시세는 1㎏에 거세 염소 2만 500원, 비거세 염소 1만 8500원, 암염소 2만원이다. 2년 전에 비해 약 13~25% 올랐다. 대표적 초복 음식인 삼계탕 식당들도 인산인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계탕에 쓰이는 ‘삼계’의 월평균 도축량은 약 1483만 마리이지만 복날이 있는 7월에는 그 2배에 달하는 약 2922만 마리가 도축됐다.
동물단체는 전반적인 복날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물해방물결 등 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보신탕을 대신해 삼계탕 소비가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닭을 대상으로 한 착취와 실상이 자행되고 있다”며 “동물을 먹어야 인간의 몸이 건강해진다는 믿음은 구시대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유림 (contact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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